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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 (12) - 폴게포나 국립공원 빙하 트레킹

솔뫼들 2024. 9.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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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 돌아서 가다가 가이드가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아니, 이 얼음덩어리 어디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대?

그런데 빙하 중간중간 바위가 돌출된 곳 중에서 너른 곳을 찾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바위들이 보이지 않았단다.

빙하가 녹으면서 위로 드러난 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금세 손이 시리고 몸이 떨린다.

모두 옷을 하나씩 덧입느라 바쁘다.

빙하 위에서는 이렇구나.

싸온 샌드위치와 요구르트를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싸온 걸 다 못 먹고 배낭을 덮는다.

 

 

가이드가 앞으로 더 갈 것인지 바로 내려갈 것인지 묻는다.

이구동성으로 더 가자고 하니 가이드의 표정이 재미있어진다.

예상 외 대답이었겠지.

우리가 그래도 10시간쯤은 아무 탈 없이 걸을 수 있는 체력인데 말이다.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리조트 건물이 무척이나 작아진 걸 보니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면서도 꽤 많이 올라왔구나.

온 몸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을 주면서 말이다.

개미가 기어가듯 줄줄이 올라오는 서양 젊은이들을 보니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고 보니 다른 팀은 다 서양 젊은이들이었다.

빙하 트레킹 가이드가 신경이 쓰일 만하다. 푸훗!

 



 얼마쯤 더 올라갔을까?

주변을  돌아보며 풍광을 즐기다가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이드도 이제 긴장이 풀렸는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일행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는데 모델 노릇을 톡톡히 해 준다.

이것도 나름대로 서비스이겠지.

 

 일렬로 늘어서서 단체사진도 찍는다.

다들 희희낙락 즐거워한다.

정말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코 앞이 리조트인데 가이드가 얼마 전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났다고 일러준다.

긴장이 풀려서 넘어질까 봐  주의를 주는가 보다.

 

 그 말이 떨어지고 얼마 안 되어 내려가다가 양평댁이 넘어졌다.

덩달아 가까운 줄에 매달린 사람들이 비틀비틀 한다.

우리가 모두 줄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만약 한 명이 크레바스에 빠지면 다른 사람들의 힘에 의해 저지가 되는 것이겠지.

 

 빙하 위에서만 7000보 걸었다.

걷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 속도대로 갈 수 없고 앞사람이 간 곳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야 하니 오래 걸린다.

물론 넘어질까 극도로 긴장을 한 상태로 얼음 상태를 살피기도 해야 하고.

흙길이나 바윗길로 치면 운동량이 15000보쯤 걸은 셈이 되지 않을까.

 

 장비를 착용할 때도 오래 걸리더니만 온 몸에 걸쳤던 것들을 벗어서 반납하는데도 오래 걸리네.

이런 것도 특별한 체험이기는 하다.

평생 빙벽화 신어볼 일이 있겠는가.

장비를 정리하는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택시를 기다린다.

 

 그제 쉐락 볼튼 22000보, 어제 프레이케스톨렌 19000보, 오늘 빙하트레킹 7000보

내일 트롤 퉁가는 20km라고 했으니 30000보를 훌쩍 넘기겠지.

혹사당하고 있는 다리를 대견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대형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시간이 이르니 좀 여유가 있고 마음이 홀가분하다.

저녁 식사는 자유롭게 오따 중심가로 나가서 먹을 수도 있고, 호텔 식당에서 먹어도 되고, 개인적으로 싸온 것을 먹어도 되고.

 

 방에서 잠시 쉬었다가 인솔자와 함께 오따 중심가로 걸어서 나가기로 했다.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아주 쾌적하니 움직이기 좋다.

오따 중심가는 어떨까?

 

다른 일행들은 햇반에 컵라면, 누룽지까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준비해 왔는지 모두 방에서 먹는단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는 먹을거리도, 장비도 정말 최소한으로 준비를 했다.

물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노르웨이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이국적 체험인데 여기 와서도 한국 것을 고집하는 것이 우리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30분 가까이 걸어서 오따 중심가에 도착했다.

중심가라고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서 한가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친구가 인터넷에서 찾아둔 맛집을 찾아갔다.

예약 손님을 주로 받는지 예약을 안 했다고 하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더니만 자리를 마련해 준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인지 여행객들이 꾸준히 들어온다.

 

 우리는 대구 스테이크 2인분, 피쉬 스프 1인분에 샐러드를 주문했다.

피쉬스프는 처음이라 친구 몫을 한 숟가락 떠서 먹어 본다.

색다른 맛이다.

보통 함께 나온 빵을 스프에 찍어 먹는 것 같았다.

대구 스테이크는 굉장히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딱 맞다.

신선한 생선으로 하니 이런 맛이 나는구나.

 

 

 이 음식 모두 해서 가격이 한국 돈으로 160,000원쯤 된다.

가격을 본 인솔자 말이 김교수가 호텔에서 하우스와인으로 먹는 와인을 사서 방으로 들어가는데 가격이 80,000원이더라고 한다.

하우스와인은 주로 저가 와인을 쓰는데 그 가격이니 바가지를 쓴 기분이겠다.

정말 노르웨이 물가는 살인적이다.

새삼스레 노르웨이 물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음식점 입구에는 햄과 소시지를 파는 곳이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는 하네.

양과 소가 많으니 아무래도 관련된 가공식품도 발달했겠지.

 

 

  배도 채웠으니 이제 설렁설렁 호텔을 향해 걷는다.

골목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REMA1000'이라는 마트도 흘깃 살펴본다.

'REMA1000'은 노르웨이에서는 유명한 마트인지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도로를 따라 걷는데 지나가는 차량이 기아자동차 니로이다.

나는 아직도 한국산 물건을 외국에서 보면 반갑다.

호텔 방에 중국 텔레비전이 놓여 있으면 수준 이하라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한국 자동차가 간혹 보이는데 주로 소형 SUV네.

노르웨이 지형에서는 세단보다는 훨씬 유용하겠지.

 

 

  스노우베리가 귀엽게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산을 뒤편에 두고 개천을 바라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길이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배산임수라고 할까나.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마을이 배산임수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쿡쿡 혼자 웃었다.

이렇게 노르웨이에서의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