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출발했다.
몸을 썼겠다, 맥주도 마셨겠다 하니 버스에 앉자마자 사뭇 나른해진다.
날씨도 흐릿해 반영도 별 볼일 없을테니 잠이나 자자.
눈을 감는다.
자다가 깨어 보니 올 때 보았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반대편이라 놓친 풍경들이 있을까 눈을 비비고 본다.
노르웨이는 자연경관이 좋다고 소문났지만 정말 버스에서 내려서 걷고 싶은 곳이 수두룩하다.
막 지나가는 풍경도 한 폭 그림일세.
호수를 앞에 두고 초지로 둘러싸인 집이 시선을 잡아끈다.
한 일주일쯤 저런 집에서 아무런 잡념 없이 자연을 벗해 지내면 좋으리라.
요즘은 제주도를 비롯해 '한달 살기' 열풍이 불어 사람들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
한 달은 좀 무료할테고 일주일이면 이곳 자연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갈 때도 보았지만 잔디로 지붕을 인 집들도 많이 보인다.
자연친화적인 집을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공연히 흐뭇해진다.
한 마을 전체가 그런 곳도 있구만.
단순한 맞배지붕으로 멋을 내지 않았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질 것만 같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생각은 천리만리 뻗어나간다.
이런 곳이 노르웨이구나.
바위산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수시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곳, 그래서인지 수질도 좋은 것 같았지.
수력발전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같이 국토 좁고 자연적인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이 원자력에 의존해야겠지만 그런 천혜의 자연이 있으니 그것도 복 받은 것 아닌가.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은 각자 알아서 먹어야 한다.
일단 방에 들어가 배낭 정리를 하고 나가기로 했다.
인솔자가 스타방에르 맛집 리스트를 단톡방에 올려주었고, 우리도 열심히 인터넷에서 찾아 본다.
오늘 많이 걸었으니 멀리 가지 말자고 하면서 친구와 거리로 나선다.
스타방에르 밤 풍경은 어제 볼 때와 다른 느낌이다.
따스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걷다가 유명한 맛집을 보니 대기하는 줄이 길다.
잠깐 상황을 보며 기다리다가 이미 손님이 앉은 테이블에 음식이 하나도 없는 걸 보고는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여기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한밤중이 되겠는걸.
결국 우리는 맛집을 포기하고 비슷한 해산물 음식점을 찾았다.
노르웨이는 연어, 대구가 유명하지.
그런데 메뉴판에는 불친절하게 영어가 하나도 안 씌어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연어스테이크와 홍합찜에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소문난 맛집은 아니었지만 음식은 먹을 만했다.
홍합찜도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았고.
기분좋게 먹고 나오는데 가격은 정말 사악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다 노르웨이에서 흔한 수산물 아닌가.
9만원쯤 하는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휴! 살기 힘든 나라네.
아무리 물가가 비싸졌다고 해도 우리나라 음식값이 다른 나라보다 싼 편이라고 친구가 자주 이야기하더니만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한번쯤 외쳐야 하는 건가.
호텔로 들어가 씻기 전에 다리 상처를 보니 피가 말라 있다.
지금 쓰라린 무릎 상처야 시간이 지나 아물면 되지만 접질린 왼쪽 발목이 잘 버텨주어야 할텐데...
평소보다 심하게 접질려 걸을 때 힘을 주면 고통스럽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일은 오늘과 같은 시간에 조식을 먹고 출발을 한다.
그런데 트레킹 끝나고 오따로 이동을 해야 하는 일정이라 캐리어까지 챙겨야 한다.
내일 입을 옷 꺼내놓고, 날씨 확인하고 우산까지 꺼내 놓는다.
내일 트레킹 코스는 오늘보다 거리도 짧고 수월하다고 했었지.
마음 편히 먹고 일찍 쉬자.
꿈에서 쉐락 볼튼 '계란바위'가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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