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30분에 눈을 떴다.
오전 7시에 조식을 먹고 8시에 출발을 한다고 했으니 여유있게 준비를 하자.
배낭을 챙겨 놓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니 일행들은 아직 안 내려왔고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이 알은 척을 한다.
듬직한 젊은 친구가 아이슬란드 일정 끝내고 노르웨이에 오는데 우여곡절을 겪어 어젯밤 12시에 호텔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것도 대체 항공을 이용해 어렵게 왔다고 하는데 짐이 안 와서 걱정이 많다고 하네.
중요한 몇 가지 외에 옷은 물론이고 양치도구 등등 대부분 필요한 물건이 없다고 보아야겠지.
수시로 짐이 어디로 도착했는지 확인을 하며 우리 일행을 챙긴다.
호텔 조식은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조식을 먹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까지 챙겨서 올라가 트레킹 준비를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된단다.
일부러 물을 사 마실 필요가 없으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로비에서 도시락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봉지 안을 보니 샌드위치와 삶은 계란 두 개, 사과 한 개에 음료수가 들어 있다.
이 정도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겠군.
이런 도시락 한 봉투에 200크로네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26,000원쯤 되는 금액이다.
'우와! 비싸다.'
충실한 도시락이 되기는 하겠지만 무위식적으로 우리나라 물가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니 놀라움의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이제 대형 버스에 올라 오늘의 목적지인 쉐락 볼튼 들머리로 이동해야 한다.
2시간 40분이나 걸린다던가.
초반에는 출근시간 교통 체증으로 '가다서다'를 반복 했는데 도심을 빠져나가자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쌓인 피로를 풀 겸 잠을 자야겠다 싶었는데 잠을 자기 아까울 만큼 창 밖의 풍경이 매혹적이다.
우리나라의 청명한 가을 날씨 같은 날에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걸려 있으니 호수에 비치는 反影이란...
풍광에 반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데 창문을 통해 찍힌 사진의 상태를 보장할 순 없겠지.
어찌 되었든 눈도, 손도 참으로 바쁜 시간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창문 밖 풍경에 시선을 떼지 못 하겠다.
산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도 장엄하고, 초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소나 양떼도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호수 풍경도 아름답고...
가다 보니 지붕에 잔디를 입힌 집도 보이네.
전에 EBS 건축 관련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냉난방에 도움이 되어 지붕에 잔디를 입히면 친환경적이고 좋다고 했었지.
그런 집이 꽤 많이 보인다.
물론 오래 되면 예전 우리나라 초가집의 이엉처럼 바꿔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새파랗게 잔디가 살아 있는 곳은 최근에 한 것일테고 누렇게 군데군데 벗어진 곳은 오래된 것일테고.
창문을 스치는 나무를 보니 침엽수도 있고, 자작나무도 있다.
침엽수는 독일가문비나무쯤 되려나?
빨간 열매를 매단 마가목도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와 기후가 많이 다른 곳이니 식생도 달라 내 얕은 지식으로 이름을 제대로 아는 식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유심히 보니 전신주가 나무로 되어 있다.
노르웨이에 곧게 뻗어 올라간 나무가 많아서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나무로 된 전신주는 찾아 보기 어렵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낙엽송을 전신주로 많이 썼다고 했었지.
낙엽송은 속성수라 빨리 자라고 곧게 올라가니 안성맞춤이었으리라.
그러고 보니 버스가 달리는 동안 농사를 짓는 곳을 한 곳도 못 봤다.
그렇다면 농산물은 대부분 수입하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물가가 비싼 이유를 알 것도 같네.
자기네 나라에서 석유가 나는데도 자동차용 기름값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건 국가에서 의도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일테고.
산지가 많고 구릉이 많은 노르웨이의 도로는 대개 구불구불하다.
경치를 구경하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살짝 긴장되고 어지러울 정도이다.
리아스식 해안 때문에 도로를 건설하고 다리를 놓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페리를 대중교통으로 이용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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