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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루, 매화를 생각함
조용미
이월, 매화에 기운이 오르면
그 봉오리 따다 뜨거운 찻물 부어
한 송이 우주를 찻잔 속에 피어나게 해 볼까
화리목 탁자 근처 매화향을 두르고 잠시
근심을 놓아 볼까
九九의 첫날인 십이월의 어느 날부터 나는
목이 길어지고,
옷을 두꺼워지고 발은 더욱 차가워질테지만
九九消寒圖의 매화에
하루하루 표시를 해 나가며
여든 하루 동안
봄이 오는 저 먼 길을 마중 나가는
은밀한 기쁨을 누려보는 것이다
매화가 피는
삼월의 어느 봄날이 올 때까지
여든 하루는 한 생, 여든 하루는 단 한순간
매화가 피는 한 생이란
매화를 보지 못하고 기다리는 한 생
탐매행에 나선 이른 봄날 어느 하루는
평생을 다 바치는 하루
두근거리나 품을 수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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