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겨울 하루, 매화를 생각함

솔뫼들 2024. 2. 5. 08:42
728x90

 겨울 하루, 매화를 생각함

                                 조용미

 

이월, 매화에 기운이 오르면

그 봉오리 따다 뜨거운 찻물 부어

한 송이 우주를 찻잔 속에 피어나게 해 볼까

화리목 탁자 근처 매화향을 두르고 잠시

근심을 놓아 볼까

 

九九의 첫날인 십이월의 어느 날부터 나는

목이 길어지고,

옷을 두꺼워지고 발은 더욱 차가워질테지만

九九消寒圖의 매화에 

하루하루 표시를 해 나가며

 

여든 하루 동안

봄이 오는 저 먼 길을 마중 나가는

은밀한 기쁨을 누려보는 것이다

매화가 피는

삼월의 어느 봄날이 올 때까지

 

여든 하루는 한 생, 여든 하루는 단 한순간

매화가 피는 한 생이란

매화를 보지 못하고 기다리는 한 생

탐매행에 나선 이른 봄날 어느 하루는

평생을 다 바치는 하루

두근거리나 품을 수 없는 하루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벙어리장갑  (0) 2024.02.19
오늘의 시 - 겨울날  (0) 2024.02.12
오늘의 시 - 눈보라  (2) 2024.01.29
오늘의 시 - 처음처럼  (0) 2024.01.22
오늘의 시 - 눈 내리는 벌판에서  (1)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