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떠나지 않는 여행자

솔뫼들 2023. 12. 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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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지 않는 여행자

                              손택수

 

나무들도 여행자야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씨앗일 때는 새들을 타고

하늘도 날아다니고

뿌리가 돋으면

여기저기 뻗어 갈 수 있지

나무처럼 난 떠나지 않을래

난 떠나지 않는 여행자야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돌 하나, 나뭇잎 하나를

찬찬히 지켜 볼래

돌멩이의 주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주름은 어느 바위

산에서 떨어져 나올 때의 흔적일까

주름 따라 산도 가고 강도 가고

돌멩이를 쪼던 바람도 따라가 보는 거지

나뭇잎 속의 무늬는

지문 같고 지도의 등고선 같아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

처음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라면

어때, 나와 여행 가지 않을래

떠나지 않는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