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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에서
도종환
내 안에도 출렁이는 물결이 있다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다
수만개 햇살의 꽃잎을 반짝이며
배를 밀어보내는 아침바다가 있고
저녁이면 바닥이 다 드러난 채 쓰러져
눕는 질척한 뻘흙과 갯벌이 있다
한 마장쯤 되는 고요를 수평선까지 밀고 가는
청안한 호심이 있고
제 안에서 제 기슭을 때리는 파도에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 있다
내 안에 야속한 파도가 있다
파도를 잠재우려고
바다를 다 퍼낼 수도 없어
망연히 바라보는 바다
밀물 들고 썰물 지는
갯비린내 가득한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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