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와온에서

솔뫼들 2023. 7. 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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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온에서

                                도종환

 

내 안에도 출렁이는 물결이 있다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다

수만개 햇살의 꽃잎을 반짝이며

배를 밀어보내는 아침바다가 있고

저녁이면 바닥이 다 드러난 채 쓰러져

눕는 질척한 뻘흙과 갯벌이 있다

한 마장쯤 되는 고요를 수평선까지 밀고 가는

청안한 호심이 있고

제 안에서 제 기슭을 때리는 파도에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 있다

내 안에 야속한 파도가 있다

파도를 잠재우려고

바다를 다 퍼낼 수도 없어

망연히 바라보는 바다

밀물 들고 썰물 지는

갯비린내 가득한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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