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소나기 지나가시고

솔뫼들 2023. 7. 17. 08:32
728x90

         소나기 지나가시고

                                        송진권

 

그렇지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 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터놓아 개구리밥 섞여 흐르는 논물같이

아랫배미로 흘러야지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 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타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타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와온에서  (0) 2023.07.31
오늘의 시 - 능소화  (0) 2023.07.24
오늘의 시 - 풀, 전쟁  (2) 2023.07.10
오늘의 시 - 여름의 사실  (0) 2023.07.03
오늘의 시 - 못 위의 잠  (0)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