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근사하다.
'지구를 구할 여자들'이라니.
거기에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보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 카트리네 마르살은 스웨덴 출신 저널리스트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 놓은 '잠깐 애덤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가 바로 이 저자의 책이다.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하니 당연히 다음에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바퀴 달린 여행가방이 지금은 당연한 것인데 1970년대에 나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렇게 어려운 발상도 아닌데 말이다.
그 전이라고 사람들이 여행을 안 다닌 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가방을 어떻게 일일히 들고 다녔을까?
알고 보니 힘 자랑을 하고 싶은 남자들이 가방에 바퀴가 달리면 약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길까 싶어서 힘으로 옮기는 걸 선호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 없는 일인데 불과 6~70년 전에는 그랬단다.
남자들이 얼마나 단순한지 생각하게 된다고나 할까.
최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도 마찬가지이다.
환경 문제로 앞으로는 전기차가 대세가 될 터인데 전기차를 개발해 놓고도 힘으로 시동을 거는 차를 선호했다는 말에는 말문이 박힌다.
이 문제 역시 남자들이 힘으로 하는 걸 여자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얼마나 한심한가.
물론 배터리를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 문제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었겠지.
세상을 살면서 모든 면에서 함께 해야 할 여자들을 부족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는 생각 때문에 벌어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도 사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정치든 경제든 아직도 여성들이 진출하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오죽하면 책 제목을 그렇게 정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남자들이 만들어놓은 규범 속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는데도 이러니 예전에는 얼마나 심했을까.
나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심하게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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