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을 줄까

솔뫼들 2023. 9.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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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을 줄까

                                            이종욱

 

과수원의 과일은 남몰래 익어가고

묵직하게 떨어지는 낙과를 줄까

온전하게 익어가는 빨간 사과를 줄까

후끈한 바람이 불어오고 지나가고

끓는 햇살이 펴졌다 거두어지고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을 줄까

바람도 부서지는 것

햇살도 거둬지는 것

하늘은 높았다가는 낮아지고

잠겨드는 노을 속의 타는 속마음

펄럭였다 부서졌다 하나 되는 바람

짐짓 낙과에게로 부는 바람을 줄까

사랑하는 이에게 보일 수 없는

사랑의 바람

또 햇살

보이지 않는 바람 위에

보이지 않는 햇살

아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을 줄까

빨간 사과 위에 내리는 햇살을 줄까

내가 바람 되어 찢기며 불려갈까

내가 햇살되어 펄럭이며 내려앉을까

내가 하늘 되어

아아 천둥치는 하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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