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황금산 들머리를 향해 달린다.
황금산, 이름만 들어도 멋지지 않은가.
해발 156m에 불과하지만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황금산을 향해 가고 있다.
황금산이라는 산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황금산은 작은 산이지만 바다를 조망하는 건 물론 볼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산이 많고, 또 그 동안 내가 가본 산도 많지만 전국 방방곡곡 이름이 낯선 산들이 참 많기도 하다.
내가 가본 산은 대개 이름이 알려진 산이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황금산이 어떤 산일까 더욱 기대가 된다.
황금산의 이름은 본래 '항금산(亢金山)'이었으나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黃金山)'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실제로 금을 캤던 동굴 2개가 황금산에 남아 있다고 한다.
또, 해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라 황금산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황금산이라는 이름의 유래야 어찌 되었든 이름에서 풍겨지는 맛이 있지 않은가.

웅도에서 황금산은 그다지 멀지 않다.
가는 길에 보니 오른편으로 커다란 공장들이 줄지어 보인다.
대산공단이라고 한다.
대산공단은 민간에서 조성한 공단으로 주로 석유화학공장이 몰려 있는 모양이다.
바다를 끼고 있으니 해상교통이 좋겠지.
황금산으로 향하는 길도 뻥 뚫렸다.
주말이니까 한적하지만 주중에는 공장을 드나드는 차들로 붐비지 않을까.
황금산으로 향하는 동안 도로는 텅 비어 있었는데 황금산 입구에 도착하자 주차장이 거의 꽉 찼다.
대형 버스도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여기는 완전히 딴 세상이네.
작은 산이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간단히 간식을 먹고 가자고 하면서 어묵과 새우튀김을 하는 집에 들어갔다.
주인장에게 황금산을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리느냐고 하니 보통 2시간이면 된단다.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5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친구와 마주 보고는 가능하면 길게 타자고 말한다.
주차된 차들이 무척 많다고 하니 코로나 전에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고 하네.
인기가 좋은 산인가 보다고 하면서 몸을 일으켠다.
오전 10시 50분, 황금산 안내도를 보면서 어떻게 올라갔다 내려올까 궁리를 한다.
황금산도 바다를 끼고 있어 물때가 안 맞으면 황금산의 상징과 같은 코끼리바위를 볼 수 없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정상까지 올랐다가 코끼리바위가 있는 몽돌해변으로 내려가 해변을 따라 걷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일단 출발해 보자.

정상으로 향하려면 왼편 길로 올라야 한다.
바로 가파른 길이 시작되어 헉헉 숨을 몰아쉰다.
가뭄이 심해 흙먼지가 풀풀 나는 길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산을 찾는데 먼지만 마시게 생겼군.
앞 사람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걸으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대로 안 되네.
어느 정도 올라가자 벼룻길이 나온다.
조마조마해 발끝이 간지러운 느낌마저 들지만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잠시 쉴 겸 바다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산과 바다를 다 즐길 수 있기에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도 모르지.

나무가 만들어주는 자연스런 액자 사이로 바다 한가운데 길게 누운 산들이 보이는군.
금세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저기가 태안반도이겠지.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가만히 서서 '바닷물 멍'에 빠져보고 싶은 곳이다.
황금산이 서산 9경 중 7경인 이유가 있겠지.
걷다 보니 앞에 건물이 보인다.
이 작은 산에 무슨 건물일까?
가까이 가 보니 임경업 장군과 황금산 산신을 모신 '황금산사'라고 되어 있다.
물살이 거센 이곳 바다를 지나는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단다.

바다에 접한 곳에서는 유독 이런 신앙이 발달했다.
동해안이든 서해안이든 성난 파도 앞에서 사람들은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겠지.
사실 바닷가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곳 아니던가.
황금산사 바로 뒤에 황금산 정상을 알리는 돌탑이 쌓여 있다.
어제 삼길산 해발 166m, 오늘 아침 당봉산 해발 91m, 지금 황금산 해발 156m.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곳들이다.
우리는 고만고만한 산이 키재기하는 곳에서 이틀 내리 놀고 있구나.
작은 산인 줄 알고 있었지만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만에 정상에 도착하니 좀 싱겁기는 하다.

충청남도는 非山非野라 아주 높은 산은 거의 없다.
그나마 사람들이 찾는 높은 산이라고 하면 계룡산이나 대둔산, 서대산, 오서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산이 충남의 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을 주눅들지 않게 감싸안아 주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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