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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둘째날 - 여수 금오도 가는 길

솔뫼들 2022. 3. 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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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아침 5시 5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바다가 붉게 물들어 있더군요.

호텔 방에 편히 앉아 창문을 통해 해돋이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지만 오늘은 사서 고생을 하는 날입니다.

하루에 금오도 비렁길 종주를 하고 나오려니 본의 아니게 새벽부터 설쳐야 하지요.

부지런히 준비하고 신기항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오전 6시 45분 신기항으로 차를 달립니다.

도로에 차가 거의 없어도 편도 1차로인 구간도 많고, 구불구불한 구간도 많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오전 7시 45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려면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신기항에 도착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을텐데 왜 아직도 이렇게 승선권을 현장 판매만 하는지 모르겠네요.

 

 오전 7시 20분 신기항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한쪽에 주차된 차량이 많군요.

친구는 부리나케 승선권을 사러 갔고 저는 앞에 보이는 카페 겸 분식집에 김밥을 사러 갑니다.

아무래도 종일 걸어야 하니 먹을거리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요.

급히 김밥 한 줄을 사서 배낭에 넣고 여객선을 타러 이동합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군요.

혹시나 비렁길을 걸을 때 줄을 서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네요.

 

 금오도는 여수에서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자라를 닮았다고 하여 '金鼇島'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숲이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하여 '거무섬'이라고도 불렸다네요.

조선시대 국가에서 소나무를 사용하기 위해 금오도를 封山으로 정하고 한때 空島정책을 펴서  지금도 크기에 비해 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하고요.

조선 후기 고종 황제가 명례궁에 하사하여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고 하지요.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는 25분 걸린다고 합니다.

백야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가는 것보다 승선 시간이 훨씬 짧아 좋습니다.

물론 1코스 시작점인 함구미나 반대편 장지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지만 종주를 위해 시간을 벌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버스가 온다니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겠다 생각합니다.

 

 배에 탄 후 추위에 떨던 몸이 겨우 녹았나 싶은데 여천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네요.

정말 빠릅니다.

배낭을 메고 여천항에 내리니 배에서 내린 사람보다 이미 와 있던 사람들이 더 많군요.

서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안내산악회 버스도 들어와 있고요.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 배편을 이용했나 봅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버스는 대부분 금오도 비렁길 한두 구간과 청산도 슬로우길, 아니면 보길도를 아울러 진행하더군요.

비렁길 종주를 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개인적으로 금오도 비렁길 종주 계획을 세우며 신기항에서 오전 7시 45분 첫배를 타고 들어가 비렁길 종주를 한 후 마지막 배인 오후 5시 30분 배를 타고 나오려고 한 것이지요.

 

 

 아직 마을버스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마지막 배의 승선권을 사 두려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네요.

안 되는게 참으로 많습니다.

방역 때문에 보건지소에서 여객터미널에 출장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장지에서 여천까지 택시를 타면 어느 정도 걸리는지, 택시는 전화하면 바로 오는지 물었더니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몹시 퉁명스럽군요.

노는 날에 비상 근무를 해야 하니 기분이 언짢은가 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버스와 택시 전화번호를 사진으로 남겨 둡니다.

우리가 종주를 끝냈을 때 어떤 상황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이지요.

마을버스도, 택시도 각각 한 대씩이었는데 다행히 두 대로 늘었다고 합니다.

 

 

 직포 가는 버스가 먼저 오고 10여분 기다린 후에 함구미 가는 버스가 왔습니다.

장지로 가서 거꾸로 시작점인 함구미를 향해 걸을까 싶었는데 장지 가는 버스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함구미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1인당 2,000원씩 버스 요금을 받는데 젊은 커플은 현금이 하나도 없다고, 버스 타려는 승객이 줄서 있는데 계좌이체 한다고 수선을 떠네요.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어도 여행을 다닐 때는 특히 이런 오지에는 비상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스가 달리는 도로변 햇살이 비치는 곳에 매화가 환하게 피어 있군요.

마스크를 하고 있어도, 창문이 가로막고 있어도 매화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 이런 풍경을 걷는 내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