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겨울나기

솔뫼들 2021. 2. 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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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기

                          고재종

 

방안에서조차 콧김이 서리는 밤

곳간 속 시렁에 걸린

씨오쟁이 속의 나락씨 토란씨들은

서로의 몸을 비비고 있으리

 

덕석을 쓰고도 혼자서는 떨려와서

하마 몇 번씩이나 영각을 쓰던

외양간 부사리는, 이제쯤

새어드는 달빛을 무척은 쳐다보리

 

큰눈이라도 내렸으면 좀 좋으련만

뒷들 보리밭의 애보리싹들은

또 파랗게 파랗게 얼어서는

고독의 절정을 견디고 있기는 하리

 

또또 마음 하나 잘못 잡으면

송두리째 넘어갈 삭풍 속에서

되레 그 여린 우듬지 끝에

형형 별을 이고 서 있을 미루나무여

 

겨울을 겨울답게 나는 것들은

뒷산 봉우리처럼 조금은 높고

그 끝에 둔 꿈처럼 조금은 외롭고

그걸 보는 정신처럼 조금은 성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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