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길
문태준
배꽃이거나 석류꽃이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어
오다가 익듯 마을에 천천히 여럿 빛깔 내려오는 길이 있어서
가난한 집의 밥 짓는 연기가 벌판까지 나가보기도 하는 그런 길이 분명코 있어서
그 길이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나 있나 쓸쓸함이 생기기도 하여서
그때 걸어가본 논두렁길이나 소소한 산길에서 봄 여름 다 가고
아, 서리가 올 때쯤이면 알게 될는지
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을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이끼 (0) | 2018.11.19 |
---|---|
오늘의 시 - 버팀목에 대하여 (0) | 2018.11.12 |
오늘의 시 - 놀라워라 (0) | 2018.10.29 |
오늘의 시 - 가을 하늘 (0) | 2018.10.22 |
오늘의 시 - 가을 손 (0) | 201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