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전시가 서울 두 군데에서 같은 시기에 열린다.
일단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친구와 찾았다.
한가람미술관에서는 그림보다는 샤갈의 삶에 중점을 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이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이다.
샤갈은 러시아 출신 유대인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샤갈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그의 첫번째 부인 벨라이다.
러시아 고향인 비테프스크 다리에서 처음 만났다던가.
첫눈에 반했다는 벨라는 그에게 영감을 주고 벨라의 죽음으로 이별할 때까지 샤갈의 뮤즈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벨라 없는 샤갈의 삶을 짐작할 수 없다고나 할까.
'연인'이라는 작품이 바로 샤갈 자신과 벨라를 소재로 한 작품 아닌가 싶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난 비테프스크 다리도 그림에 자주 등장하고.
샤갈의 삶은 그런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반추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감이 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곳곳에 숨겨져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또 하나의 축은 바로 그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온, 성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다.
성서의 이미지가 그림에 많이 나오고 이스라엘 성당에 그린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독 눈길을 끈다.
여기저기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많이 보았지만 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의 라퐁텐 우화에 그린 삽화도 기억에 남는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프랑스 사람들이 러시아 출신 유대인인 샤갈이 자신들 전래 우화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반대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하지만 샤갈의 그림이 더해져서 라퐁텐 우화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이번 전시는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의 진품 전시이다.
샤갈과 그의 가족들이 기증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시 한번 샤갈과 그의 사랑 벨라,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딸 이다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장수를 해서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겠지만 샤갈의 열정도 당연히 중요했으리라.
그림뿐 아니라 조각, 판화, 드로잉,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을 남김으로써 20C를 풍요롭게 해준 샤갈.
사람을 알고 나면 그의 작품들도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춘수의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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