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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핀 에델바이스

by 솔뫼들 2017.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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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여행을 떠나며 책을 두 권 챙겼다.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그리고 버스를 오래 타게 되면 버스 안에서 읽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권도 다 못 읽고 오고 말았다.


 이 책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서 조난 당한 친구 서정호를 구하러 다시 에베레스트로 가는 산악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그러다 보니 바로 죽음 앞에서 생생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자신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결국 주인공 김세원은 친구를 잃고 산을 포기했다가 산에 두고 온 친구의 시신이 다른 나라 원정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목숨을 건다.

그리고 법운스님, 서정호와 함께 어울렸던 안소휘라는 여인과 결국 사랑의 결말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산에 다니는 사람이라 공감이 더 가겠지.

호텔 방에서 책을 읽으며 죽어가는 친구의 옆에서 자신의 목숨 역시 꺼져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장면, 죽은 아들의 천도제에서 살아 남은 자에게 퍼부어지는 독설 등 너무나 생생해 남의 일 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왜 그리 감정이입이 잘 되던지 공연히 책을 손에 들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물론 마음을 잡으려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넓게 느껴지는 호텔 방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이라니...


 몇 년 전인가 본 영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 산악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이기는 하지만 후일담을 들으니 그 역시 명예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다 준비해 놓은 곳에 숟가락 하나 얹은 셈이었다던가.

가장 순수해야 할 세계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든 돈과 명예가 따라 다니겠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자신의 몫이지만 다른 사람의 지탄을 받을 정도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登頂주의와 登路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다 설치해 놓은 길로 셰르파들이 산소통까지 옆에서 들어주면서 하는 등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시 얼마를 내면 어디까지 책임지고 올려다준다고 하던 셰르파 대장의 말이 생각난다.

산이 좋아서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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