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여수 갯가길 3코스를 걸으며; 방죽포에서 임포까지 (2)

솔뫼들 2017. 3. 1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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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바다쪽 숲길로 들어섰는데 길이 그다지 순하지 않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친구는 그런 길이 못마땅한지 연신 구시렁거린다.

그러다 내려선 바닷가에서는 돌이 발을 괴롭힌다.

사실 모래사장을 걷는 것도 힘들지만 동글동글한 몽돌 위를 걷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

미끄러지기 일쑤이고 넘어지기 십상이다.

중심을 잡느라 잔뜩 힘을 주었더니 해변이 끝날 무렵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오후 3시를 넘겼다.

그러고 나니 남쪽인데도 바람결이 다르다.

땀이 식으면서 금세 한기가 느껴져 얼른 겉옷을 챙겨 입었다.

아직도 겨울이라고 기온이 항변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리본을 찾으며 걷다가 또 한번의 '알바'를 했다.

감쪽같이 사라진 안내리본.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데 걷는 동안에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기포와 대율 마을을 지났다.

소율이 대율보다 더 큰가?

지금까지 음식점을 하나도 못 봤는데 여기는 크게 갈치조림 잘 한다고 써 붙인 음식점이 있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눈길이 자꾸 간다.

그래도 꾹 참고 통과.

지금 밥을 먹으면 저녁을 못 먹을테니 참고 가자.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걷는다.

돌산도에는 정말 바다에 접한 숲이 많구나.

혹시 넘어질까 싶어 긴장하고 걷느라 발 밑만 본다.

 

 이번에는 도로를 건넌다.

처음 있는 일인데 역시나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뜻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보이기에 우리처럼 걷는 사람들인가 싶었더니만 그저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제대로 된 길로 접어들고 보니 그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다.

 

 길은 경사가 진 밭을 따라 나 있다가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는 억지로 길을 낸 듯하다.

지금까지 길은 예전에 있던 길을 이은 느낌이었는데...

그다지 권할 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좁은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것에 눈길을 준다.

멀리 보이는게 뭐지?

야단법석, 왁자지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임포 향일암 주차장이라고 되어 있다.

일요일이니 대형 관광버스가 몰렸고,

저녁 무렵이니 금오산 산행이나 향일암 관광을 끝낸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양이다.

 

 길이 여기에서 다시 도로로 내려선다.

우리도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휴게소에 들러 보니 모든게 관광지 물가이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결국 배낭의 물을 꺼내 마시고 다시 향일암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차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그런데 불법주차한 차가 2차로 중 한 차로를 가로막아 오가는 차량이 마구 엉켰다.

무질서의 극치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 경찰은 무얼 하고 있는 거지?

 

 

 오후 4시 30분경 겨우 거북이목이라고 되어 있는 군부대 앞에 도착했다.

자세히 실펴보니 한쪽에 갯가길 표시가 되어 있다.

여기가 끝나는 지점일텐데 그런 표시는 떨어져 나갔다.

걷기를 마치는 지점조차 이러면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단법인을 만들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길을 연결해 갯가길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왕 시작했으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생긴다.

오늘 겨우 짧은 3코스 걷고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