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너 만지도로 접어들었다.
만지도로 들어서면 바로 해안을 따라 데크가 이어져 있다.
날씨가 좋으면 환상적인 길이련만 거센 바람에 맞서 걸으려니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이다.
어디 바람 피할 곳에서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만지도 승선장 부근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드립커피 2,000원'이라고 쓰인 칠판이 보인다.
소박해서 푸훗 웃음이 나오는데 노란색 가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카페구나.
작은 섬 만지도에 카페라...
바람도 피하고 몸도 데울 겸 카페로 들어섰다.
우리랑 같은 배에 타고 온 일가족이 쿠키와 차를 앞에 두고 쉬고 있었다.
눈인사를 나누고 커피와 코코아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카페 주인 말로는 만지도가 통영에서 명품 마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준비중이라고.
'개발'이라고 하니 아무리 '자연친화적'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어도 망가지는 섬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작은 섬 연대도와 만지도가 출렁다리로 연결되었으니
사실 연대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만지도를 거쳐간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40명이 타는 작은 배를 타고 들어왔지만
주말에는 여행객이 1,000명씩 들어온다니 이 좁은 섬에 정말 발 디딜 틈이 없겠군.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섬이 금방 망가지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된다.
얼른 만지도를 돌아보아야겠다.
마음속에
섬, 하나 자라고 있다
때로는 밀물에 떠밀려
아득히 먼 수평선 끝자락에서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일처럼 다가와
미역 자라듯
가슴속에 뿌리 내리고
태산처럼 자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해당화도 피우고
마냥 슬퍼 보이는
갯메꽃도 피우면서
최원정의 < 섬 > 전문
오전 11시 40분 배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10시 30분이 가까워 고민을 하고 있자니
섬을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알려준다.
얼른 배낭을 메고 카페를 나와 언덕으로 오른다.
만지봉으로 가는 길이다.
길은 아기자기하다.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보얗게 올라온 쑥을 캐느라 바쁘다.
천생 시골 아낙의 모습이다.
향긋한 쑥국을 끓여 먹거나 쑥개떡이라도 빚어 먹으려는 게지.
만지봉 오르는 길은 왼편으로 해안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백꽃이 피어 있고, 억새가 우거지고, 수명을 다한 대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
그리고 무심코 지나칠 만하면 눈길을 사로잡는 섬 하나 누군가 툭 던져 놓은 것처럼 보이는 바다.
말 그대로 自然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풍광이다.
숨이 가빠질 무렵 만지봉에 도착했다.
만지봉이라 삐뚤삐뚤 쓴 글씨가 보인다.
해발 200m도 안 될 것 같은데 개발을 하면 여기에 번듯한 표지석이 들어서겠지?
나도 모르게 자꾸 개발 후의 모습이 그려져서 기분이 언짢다.
얼른 돌아선다.
내려오는 길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봄 햇살을 가득 모아 놓은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쉰다.
점심은 아무래도 늦어질 거니까 먹어 두어야 한다면서.
승선장으로 내려왔다.
배는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여기에서도 전복라면을 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얼마일까?
여기에서는 전복해물라면을 6,000원에 판단다.
금오도에서는 7,000원이었었지.
금오도에서 한번 놀라서인지 6,000원은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셈이네.
배 시간이 가까워온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바람이 거세어 대합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배가 보이기에 금세 오려니 하고 있는데 배가 방향을 돌려 돌아간다.
다른데 들러서 오는 모양이라고 바라보고만 있으려니 카페 주인이 지나가는 길에 보고는 배가 왜 그냥 가느냐고 한다.
모르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승선장에 모여 있지 않아서 배를 탈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단다.
그러더니만 선장에게 급하게 휴대전화를 해서 배를 돌렸다.
하마터면 배를 놓칠 뻔했네.
겨우 배를 타고 다시 달아마을로 나와서
30여 분 기다린 끝에 서호시장 가는 버스를 탔다.
서호시장에서 그제 갔던 수정식당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통영 하면 떠오르는 도다리쑥국을 먹기 위해서.
도다리쑥국은 살이 부드러운 봄 도다리와 애쑥으로 끓인단다.
특별히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퉁명스럽지도 않은 부부가 내오는 도다리쑥국을 먹으며 봄을 음미한다.
이렇게 봄은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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