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이번에는 부소산성으로 갑니다.
부소산성은 부소산에 있는 백제시대의 성터로서
평소에는 왕궁의 후원으로, 전시에는 방어성으로 이용되었다고 하지요.
'扶蘇'라는 말은 소나무를 가리키는 옛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가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소나무 좋아하는 것은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물론 그렇지만요.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산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보통의 산성 같지 않고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 듭니다.
포곡식 산성과 테뫼식 산성이 합쳐졌다는데 참으로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포곡식 산성은 백제시대 쌓은 것이고 테뫼식 산성은 통일신라시대 것이라고 하지요.
백마강을 끼고 있어 자연스럽게 왕궁을 지키는 요새 역할을 한 부소산에 성을 쌓은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군요.
관광객이라기보다는 운동 삼아 걷는 지역 주민들로 보입니다.
가다가 '사비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팻말을 만났습니다.
길도, 팻말도 정말 예쁘고 걷고 싶어지는군요.
중간에 샛길도 아주 많은데 그 길들이 모두 가 보고 싶어지는 길입니다.
오늘 일정을 이것으로 끝낸다면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었다는 부소산 곳곳을 유유자적 걸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짧은 길을 선택해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 받고 있다는 '태자골 숲길'은 포기합니다.
발 끝에 폭신폭신한 느낌이 듭니다.
코 끝으로는 솔향이 느껴집니다.
온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 제대로 산림욕을 하고 있군요.
불에 탄 곡물이 발견되어 군량미를 보관하던 곳으로 알려진 군창터를 지났습니다.
조금 더 가자 수혈주거지가 나옵니다.
백제시대 생활하던 움집 자리이지요.
단순한 도구밖에 없던 시대에 그렇게 움집을 짓는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는 건물이 지어져 있는데 들어가 보니 구들, 아궁이, 굴뚝 등 그 시대 생활상을 볼 수 있습니다.
어휴!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사거리에 위치한 매점에서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의 아주머니가 손짓을 하네요.
커피도 있다면서요.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 합니다.
사자루에 들렀다가 落花巖으로 가는 길입니다.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지요.
궁녀들이 치마를 뒤집어쓰고 떨어지는 모습이 떨어지는 꽃과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낙화암은 백화정 아래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아무리 그래도 삼천 명이 떨어져 죽을 수 있는 곳이 아니네요.
엄청나게 과장된 것이지요.
의자왕의 失政을 부풀리려 그런 전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敗者의 비애 아니겠습니까.
조심조심 낙화암을 보려고 다가서다가 포기하고 이번에는 고란사로 발길을 옮깁니다.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궁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고려시대 지어진 사찰이라지요.
고란사 뒤편에는 약수가 있습니다.
백제 왕들은 이 고란 약수를 즐겨 마셨답니다.
약수에 고란초 한 잎을 띄워 고란 약수임을 확인했다고 하지요.
고란 약수에는 또 한 잔을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지요.
아득한 옛날 자식이 없는 금실 좋은 노부부가 있었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고란 약수를 마시면 회춘하여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보내 약수를 마시고 오라 일렀는데 한 잔을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답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약수터를 찾은 할머니는 물을 많이 마셔 아기가 된 남편을 데려다 정성껏 키웠고
그 아기는 훗날 백제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란초 잎을 띄우지는 않았지만 저도 약수를 떠서 한 모금 마셔봅니다.
3년 젊어졌을까요?
부소산성에서 내려가면 거울을 한번 보아야겠군요.
발 아래로는 고란사 나루터가 있습니다.
백마강, 고란사, 낙화암...
슬픈 사연이 깃든 곳이어서인지 대중가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지요.
제대로 가사를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그 애절한 가락이 귓가를 맴도는 듯 합니다.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시끌벅적 하더니만 나룻배를 타고 떠났군요.
수학여행이라도 왔나 봅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한 나절 여유있게 부소산성을 걸은 후
저도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타고 구드래 나루터로 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낙화암과 부소산을 제대로 보려면 백마강에서 보아야 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제 다시 길을 따라 걷습니다.
백마강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부소산성 길도 흐르는군요.
흐르는 길에서 제 발길도 따라 흐릅니다그려.
때로는 빨려들 것도 같고, 때로는 스며들 것도 같은 부소산성 길...
오래 머물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사비길'을 따라 올라갔다가 '백마강길'을 따라 내려왔군요.
부소산성에서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차에 탔습니다.
어제 저녁을 먹은 구드래 음식특화거리로 이동합니다.
'구드래'는 나루터 이름입니다.
부소산 서쪽의 백마강가 나루터 이름인데
'큰 나라'라는 설도 있고, 백제를 부르던 '구다라'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구드래 조각공원, 구드래 잔디공원, 구드래 음식특화거리가 나루터 주변에 몰려 있군요.
'구드래'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이는 '굿뜨래'라는 부여 브랜드명이 참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 봅니다.
사방에서 '구드래'가 눈에 띕니다.
구드래 음식특화거리에서 기분좋게 점심을 먹고
부여 관광지도를 보며 어디로 발길을 할까 잠시 생각하고 쉬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