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정리하고 차에 오른다.
신사장님께서 영주에서 먹을 만한 음식으로 묵밥을 추천하셨다.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니 원조순흥묵집이라고 나온다.
다른 묵집도 몇몇 나오는 걸 보니 묵집이 모여 있는 동네인가 보다.
묵집으로 이동해 묵밥과 파전을 시켰다.
메밀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묵밥이 맛있다.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지상파 방송사 세곳에 나왔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고, 다녀간 사람들의 잘 먹었다는 메모가 벽을 도배했다.
그런데 메뉴에 있는 태평채는 뭐래요?
주인 말로는 이 지역 음식으로 돼지고기에 묵을 넣고 끓인 찌개란다.
유래를 궁금해 하니 강대장님이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신다.
탕평채라고 부르던 궁중 음식이 서민적으로 변한 것 아니겠느냐는 설명이 있단다.
청포묵에 소고기로 끓인 것이 메밀묵에 돼지고기로 변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 또 하나 배웠다.
정말 잘 먹고 나니 이번에는 바로 옆에 유명한 기지떡집이 있다고 하나씩 사 가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다.
보통 술떡이라고 부르는 증편을 이 지역에서는 기지떡이라고 부른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기지떡은 또 왜 이 지역에서 유명해졌을까?
서둘러 갔는데 막 주인이 문을 닫고 나왔다가 우리 때문에 다시 들어갔다.
제일 작은 상자로 한 사람당 하나씩 주어졌다.
저녁과 떡까지 모두 고문님께서 사셨다.
신사장님께서 고문님 수채화를 사셔서 고문님께서 그림 판 기념으로 한 턱 내신단다.
입만 가져와서 먹기만 한다고 말씀드리니 고문님 말씀하시기를 입이 무척이나 중요한 거라고.
우하하! 생각해 보니 눈은 보기만 하고, 귀는 듣기만 하고, 코는 냄새만 맡는데 입은 말도 하고 먹기도 하니
그 말씀이 꼭 맞습니다그려.
아무튼 감사합니다.
오후 7시 5분, 선물까지 받고 차에 올랐다.
시간이 늦어져 그리 막히지는 않을테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운전하시는 분은 산행 후 저녁을 먹어 노곤함이 밀려들테지만 운전대를 넘기지도 않을테고
그저 옆에서 졸지 않으시도록 봐 드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네.
그런데 아뿔사! 차량 성능 시험중이신 걸 몰랐다.
무려 시속 180km로 달리시는데 말리지도 못 하고 손잡이만 움켜잡고 있었다.
정말 머리끝이 쭈뼛 섰다.
이런 차를 난생 처음 타 보았으니 말이다.
차는 번개같이 빠르다.
중앙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그리고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밤 8시 50분에 양평 양수리에 도착했다.
힘들게 고생하신 강대장님을 생각해 신사장님께서 차 한 잔을 제안하셨다.
'두머리 부엌'이라는 상호를 가진 작은 가게였다.
알고 보니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신사장님께서도 조합원이시고 이곳을 참새 방앗간처럼 이용하시는 것 같았다.
동네에서 아주 재미있게 노시는군요.
'두머리 부엌'은 지역민들의 협동조합으로 조합원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을 주로 식재료로 사용한단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이름도 소박하고 재미있다.
양수리를 '두물머리', 또는 '두머리'라고 하는데서 따온 것이라고.
잠깐 쉬어간다는 것이 막걸리에 하우스 맥주, 생강차 그리고 불량감자까지 시키는 바람에 길어졌다.
불량감자가 이렇게 맛있으면 '안 불량감자'는 얼마나 맛있겠느냐는 소리를 하면서.
배가 안 부르면 정말 다 먹고 싶었다.
여기는 또 강대장님이 부지런히 계산을 하셨다.
나는 또 본의 아니게 중요한(?) 입만으로 버텼네.
그래도 갈 길이 머니 일어나야겠지.
강대장님 운전 실력을 믿기는 하지만.
30분도 안 되어 차는 분당 야탑역에 도착했고, 나는 운이 좋게도 사람들을 태우느라 서 있는 버스에 뛰어가 올라탔다.
버스에 타고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하고.
크고 멋진 설산 오르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무척이나 긴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아주 여러 가지 일을 해서 하루를 꽉 채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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