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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솔뫼들 2012. 8. 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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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에게 입양되었으나

알제리 전쟁이 발발하고 양부모와 헤어져 프랑스로 향한 농부 피에르 라비에 관한 책이다.

 

 그는 프랑스 파리의 억압과 물질적인 착취구조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과 뜻이 맞는 여자와 만나 결혼 후 농촌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황무지를 개간하여 삶의 터전을 가꾸어 나간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립을 돕는가 하면

자신들의 방식을 아프리카로 전파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피에르 라비의 여정을 따라간다.

 

책을 읽으면서 피에르 라비의 생각과 철학에 공감하고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났다.

가까운 곳이라면 한번 가서 그를 만나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심정이 든다.

많은 사람들한테 권유하고 싶은 책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단번에 읽었지만

그의 철학을 되새김질하듯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교적인 의식과 교리, 체제들에 대해 나는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현대인들이 영성에 대해

너무도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들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또한 우리가 우리를 안심시킬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만일 확신이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으며 그것이 전부입니다.

 

우리처럼 흙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단지 생산을 위해서만 일하지 않습니다. 흙에서 일한다는 것은 삶의 기술을 가꾸는 것이고, 우리 자신이 밭과 자연, 그리고 계절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나는 먹을 것들로 가득한 우리 집을 봅니다. 채소와 과일들이 식탁 위에 오르면 나는 그것들을 내 노력으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나에게 매우 감동적입니다. 그것은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그 장소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환경 보호론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면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한심스러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자연보호는 전혀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휴머니즘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환경 보호론자들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아직 어른이 아닙니다.

내가 정치적인 환경 보호를 비난하는 것은 그들이 무엇보다도 합리성과 건조함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환경 보호는 신성한 차원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정신과 생명에 접근하는 신성의 자리를 비우고서는 생태학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환경 운동가는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정치 성향을 띠지 않습니다. 진정한 환경 운동가는 정치적으로 어떤 의견을 가졌든 모든 인간을 다시 한자리에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그들에게서 정치적인 싸움이 아닌 다른 것을 기대합니다. 단지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환경을 오염시켜서는 안 되니까요.

 

피에르는 퇴비를 만든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엔 자신도 약간 회의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고백은 그를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마치 마법의 작품을 만들듯이. 또한 그는 처음 퇴비 구덩이를 열어 보고 감탄을 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동물의 배설물고 식물들이 만질 수도 있고 냄새도 좋은 부식토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가 자연적인 진화 과정을 빠르게 진전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그가 연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이어서 그는 무겁고 메마르고 다루기 힘들었던 땅이 퇴비를 뿌린 뒤부터 '부드럽고, 차분하고, 말을 잘 듣는' 땅이 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에서 '모든 곳에 오아시스'라는 구상이 싹텄고, 그것은 그의 지도 아래 이루어지는 공동 작업의 출발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오아시스를 모방해 그는 각자의 사람이 개인의 자유를 지키며 안전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그 장소는 노인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아이들이 아프거나 부모가 없을 때는공동체가 돌봐주는 곳이다. 그 장소는 고립된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런 장소들을 통해 마을과 마을 사이에, 또는 이웃 부락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마을들은 시나 읍의 사무소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하루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돼지를 잡고, 한 해 동안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전 생애를 행복하고 싶으면 밭을 일구라."

피에르 라비는 이 중국 격언을 즐겨 인용하는데 이 말을 하면서 매우 감사해 한다.

 

나는 문명의 몇 가지 혜택을 누리는 것에 동의합니다. 의학의 발전과 교육에 있어서의 발전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 것은 조용히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서양이 이룬 생산성에 대한 잘못된 신비감, 그리고 비디오 게임처럼 삶에 방해가 되는 수없이 많은 쓸모없는 것들을 전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그들에게 일과 재산에 대한 숭배의식을 심어 주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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