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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솔뫼들 2012. 1. 1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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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필 때 아무 소리가 없었고

 꽃이 질 때 아무 소리가 없었네

 

 맨발인 내가

 수북이 쌓인 꽃잎 위를 걸어갈 때

 꽃잎들 사이에서 아주 고요한 소리가 들렸네

 

 오래 전

 내가 아직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그 소리를 들은 적 있네

 

 외로운 당신이

 외로운 길을 만나 흐느낄 때

 문득 고요한 그 소리 곁에 있음을

 

                     곽재구의 < 부겐빌리아 >

 

 곽재구 시인이 인도의 詩聖이라 불렸던 타고르의 고향 산티니케탄에서 지내며 느낀 것을 쓴 책이 바로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다.

그렇다.

인생은 그런 1초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 아닌가.

인도에서도 문명의 혜택을 덜 받는 곳에서 만난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는 자신이 도리어 그들에 비해 순수하지 않다고 느낀다.

때로는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때로는 감동을 하면서 자신을 그때까지 지탱해온 것들이 옳은 것인가 회의를 하기도 한다.

하기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아둥바둥 하지 않고 작은 일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바로 인생을 잘 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아름다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남들과 비교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비참해하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해 본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곽재구의 글들이 샘물처럼 다가온다.

가만히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것, 사소한 것에 마음을 주고 널리 보려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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