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제목을 가진 영화이다.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다가 선택한 영화의 제목이 '여덟번째 감정'이라니... 감정이 수시로 변한다는 말 아닌가. 영화를 보기 전에 잠깐 살펴본 바에 의하면 남자 즉 수컷의 본능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설명해 준다. 하기는 남자라는 동물은 역사 이래로 그런 면에서 늘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는가. 생물학적인 면에서 볼 때 종족 보존에 충실하기 위해 그렇다고 생물학자나 의학자가 말하는 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느낌이다. 이 떡을 손에 넣고 나면 저 떡이 더 커보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화랑을 경영하는 주인공은 능력있는 젊은 남자이다. 이 사람, 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내는데 어딘가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를 찾아가서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는 그런 남자를 보며 화가 나고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 안주하지 못하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는 꿈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결국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적당한 어떤 여자와 결혼해 사는데 완벽하게 느껴지는 여자가 나타났다. 아내를 버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떠나게 된다 등등... 그러면서도 결혼의 굴레에 들어가는데 신혼여행을 떠나서부터 다른 곳을 힐끔거리기 시작한다. 우리 안에 들어온 먹이에는 관심이 없는 맹수처럼.
참다 못한 두 사람은 1년만에 헤어지게 되고 그 남자는 다시 전에 사귀던 여자를 찾는다. 여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충실한 것도 아니다. 대학 강사를 하는 어떤 여자를 만난 후 지방에서 서울까지 줄곧 승용차로 따라오며 지나친 관심을 표현한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면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
남자의 생리를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해도 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감독이 여자 아닌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영화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현대 남성들은 제도와 도덕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포효하는 맹수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가끔 울타리를 뛰어 넘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지만 말이다.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지만 과장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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