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김영희의 '미술관의 여름'

솔뫼들 2010. 9. 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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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라는 책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재독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의 개인전이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에도 몇 번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지만 순박하고 토속적인 시골 아이들의 모습을 재현해낸 작품이 정겨워 이번에도 발길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닥종이 인형 작품 외에도 사진에 닥종이를 혼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고흐나 달리 등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하고 거기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닥종이로 표현한 작품이 꽤 많았다. 작가 나름대로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일 수도 있는데 워낙 종이 인형에 대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내게는 별다른 의미로 와 닿지 않았다.

 

 전과 달라진 것은 전에는 아이들의 동심에 물든 모습이 주를 이루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 앞에서 웃음을 빼물게 하였는데 이번 작품전에도 그런 작품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어른들의 모습 그것도 서양 어른의 모습이 등장해서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작가가 살아온 세계가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고 산 지도 무척 오래 된 것으로 알고 게다가 새로 만나 가정을 일군 사람도 독일인이니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또한 작가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작용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공을 들고 있는 여자 아이, 친구들과 놀이를 즐기는 아이, 자신의 다리 사이로 하늘을 보는 아이들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종이라는 재질을 이용해 이렇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문득 작품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유독 눈썰미가 없고 재주가 없는 나는 만들기에는 손방이라서인지 새삼스럽게 그 수고로운 시간들이 느껴지는 듯하다.

 

 평일임에도 전시장에 관람객이 많다. 유명한 전시이다 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우리 민족에게 친밀하게 느껴지는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더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작품을 보고 때로는 미소를 짓고, 때로는 키득키득 웃어대는 공간에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번에 나온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한 권 사서 작가의 사인을 받고 전시장을 빠져나오는데 삼복 더위가 '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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