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가능하면 도시에서 볼거리, 들을거리를 찾아 여름 휴가를 대신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평촌아트홀에서 회원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기에 서둘러 예약을 했다. 설마 이런 날씨에 졸음을 불러오는 음악은 아니려니 하는 기대를 갖고.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는 날, 초저녁에 흩뿌린 비에도 기온이 내려가는 느낌이 없었지만 몇명이 어울려 평촌아트홀을 찾았다. 한창 휴가 절정기라 관객이 많지 않으려니 했는데 객석은 거의 들어찼다. 인터넷을 통해 곡목을 일별해서 큰 부담은 없었다. 익숙한 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리 난해한 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기대 교수의 사회로 음악회가 진행되었는데 사실 이런 음악회는 자세한 곡 설명이 아니라면 사회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음악회 분위기와 다르게 지나치게 튀는 음성이 귀에 거슬려서 나중에는 제발 나오지 말기를 바라기까지 했으니...
타오위안 심포닉 밴드는 대만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타오위안'은 말 그대로 '복숭아 과수원'이라는 뜻이란다. 젊은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수준급 연주자들이라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 관객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고 있자면 시냇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파란 하늘에 구름이 동동 떠 있는 광경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하였다. 익히 알고 있는 곡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편안한 것은 그들이 선곡한 곡이 관객을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음악을 들으며 상념에 잠겨 보라는 권유로 여겨졌다.
2부에서는 대만 특유의 음악이 연주되었는데 진행자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아리랑' 같이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겼던 시기에 국민들의 정서를 달래 주었던 곡이라고 한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어떤 동질감 같은 것도 느껴지고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가 어디에서든 '아리랑'을 들으면 가슴 뭉클한 것처럼 그들도 그렇겠지. 누가 무어라고 해도 그런 민족 감정은 억지로 가질 수도 또 빼앗을 수도 없는 것이리라. 생각에 잠겨 음악을 듣는 동안 여름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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