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앙코르'를 보고

솔뫼들 2006. 3. 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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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어제 산에 갔다 왔다는 알량한 이유를 대고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 영화를 보러 근처에 나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리즈 위더스푼이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앙코르'.

 

 영화는 무거운 음악과 소리가 시작 화면과 함께 나와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깨우려 하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마음 속에 있던 무의식을 깨고 새롭게 나아가자는 것이었을까?

 

 주인공 쟈니 캐시는 어린 시절 형을 잃는다. 그런 다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나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는 군대를 다녀와 결혼을 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가수의 길로 접어든다. 첫 작품이 성공하면서 인기 가수가 되어 순회 공연을 다니나 가수 생활을 이해하지 못 하는 아내와 이혼을 한다. 그 와중에 순회 공연을 함께 다니는 준 카터를 사랑하게 되는데...

 

 준 카터는 두 번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쟈니의 청혼을 거절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을 한 쟈니는 마약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옆에서 준 카터가 도와 주어 재기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런 다음 무대에서 하는 극적이고 낭만적인  40번 째의 청혼을 통해 결혼에 골인하여 운명적인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에 본 '레이'라는 영화와 닮은 꼴이다. 물론 유명한 가수가  이름을 널리 알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

 우선 유명 가수의 삶을 영화화했다는 점,

 둘째, 어린 시절 형제의 죽음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

 셋째, 마약을 하다 적발되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

 넷째, 음악 파트너와 사랑을 한다는 점,

물론 '레이'에서는 레이 찰스가 수없이 다른 여자를 상대하다가 결국 자기 아내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상대가 한 명이고 그 사람과 재혼하여 끝까지 서로의 사랑을 지켜간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재기에 성공한다는 점이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졌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의 아버지는 형이 죽었을 때 12살의 어린 쟈니에게 형 대신에 죽었어야 할 놈이라는 극단적인 언사를 퍼붓는다. 자신이 믿던 모범적인 아들이 죽은데서 오는 울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고 잔인하다. 그 말 한 마디가 쟈니의 가슴 속에 평생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에는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 부모 아닌가. 그것으로 인해 아버지와의 불화는 잘 극복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이겨내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 라디오를 통해 어릴 때부터 마음 속에 품어 왔던 준 카터였으니 정말 준 카터와의 사랑은 하늘이 맺어준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흐르는 노래의 가사는 쟈니가 보고 들은 것, 그리고 겪은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더구나 준과의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노래는 애절해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져서 두 사람의 부모와 자식까지 함께 사는 호숫가의 집은 평화 그 자체이다. 아버지의 말에 화가 나서 트렉터와 함께 흙탕물에 빠졌다가 준의 도움으로 허우적거리며 나왔을 때 쟈니의 삶에 드리웠던 어둠도 함께 홀가분하게 떨어낸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집에서 어둠을 떨치고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을 꾸린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삶은 자신이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에 따라 진흙탕이 될 수도 있고, 진흙탕에서 핀 연꽃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우리네 삶도 그런 면에서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삶을 꾸려 갈 것인가?

바로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