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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솔뫼들 2006. 3. 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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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세계적인 명작  제인 오스틴의 동명소설 '오만과 편견'을 영국에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미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지 알만 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국적인 특색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하지만 조용조용 우리에게 지상의 과제인 사랑에 대해서 보여주는 이 영화는 현대의 사랑에 대해 적용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랑을 할 때 갖기 쉬운 오만과 편견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

 

 이 영화에서는 과년한 딸 다섯을 둔 베넷가의 둘째 릿지와 상대 다아시가 주인공이다. 릿지와 다아시의 관계는 다이시가 빙리의 저택에 놀러 왔을 때 무도회에서 시작된다. 그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러저런 이유를 대며 자신의 마음을 기만한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다아시가 언니와 동생의 결혼을 도와주면서 릿지는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언니의 결혼이 결정되고 마음을 앓던 릿지가 다아시를 만나기 위해 한밤중 길을 나섰을 때 어둠을 배경으로 멀리서 다가오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다아시였다. 이심전심이라고나 할까? 그 때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적당한 어둠을 통해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우리 삶도 그렇게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걸까.

 또 하나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릿지가 다아시의 집 앞에서 마주 앉아 어떻게 불리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다아시 부인'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다아시가 처음에 품위 없는 집안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면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릿지 역을 맡은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처음 보는 배우인데 그 배역에 딱 맞는 연기를 펼쳐 주었다. 개성 확고하면서 자기 고집이 있고 주관이 뚜렷해 보이는 외모와 연기가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웃을 때의 약간 일그러진 표정에서 나오는 묘한 매력이라니... 거기에 다아시 역을 맡은 배우의 음울하면서도 깊은 눈동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관대하고 생각이 깊은 아버지, 현실적으로 그저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품위 없고 푼수인 어머니, 그리고 빙리, 제인 등 주변 인물들이 각기 제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얻어진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이다. 때로 경망스럽고 호들갑스럽다고, 또는 과장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양인들 특유의 제스처라고 받아들이고 보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펼쳐지는 자연과 인물들의 개성적인 연기에 푹 빠져 나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유럽 영화는 미국 영화에 비해 잔잔하다. 우리가 은연중에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어서 때로는 심심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그것이 우리의 감성을 성마르고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지는 않을까? 다양한 문화, 다양한 예술을 접해서 그런 것에도 편견 없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