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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겨울 산에 가면

by 솔뫼들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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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에 가면

                            나희덕

 

겨울 산에 가면

밑둥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내면

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

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

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리면

거무스레 습기에 지친 손등이 있고

신열에 들뜬 입술 위로

물처럼 맑아진 눈물이 흐른다

잘릴 때 쏟은 톱밥가루는 지금도

마른 껍질 속에 흩어져

해산한 여인의 땀으로 맺혀 빛나고,

그 옆으로는 아직 나이테도 생기지 않은

꺾으면 문드러질 만큼 어린것들이

뿌리박힌 곳에서 자라고 있다

도끼로 찍히고

베이고 눈 속에 묻히더라도

고요히 남아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

눈을 맞으며 산에 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

나이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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