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섬의 원래 이름은 '외앗날'이다.
'외앗'은 자두의 옛말인 '오얏'이 '외앗'으로 발음되어 만들어진 전라도 방언이고 '날'은 산등성이를 가리키는 말이란다.
2017년까지 붕어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2018년 임실군이 붕어섬을 매입하여 경관 조성을 하고 현재에 이른단다.
붕어섬과 연결된 출렁다리는 오전 10시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에서 옥정호 주차장으로 차를 옮긴다.
그런 다음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입장료 1000원 할인도 받고 기분좋게 출렁다리를 향한다.
총길이 420m라는 출렁다리는 가운데 주탑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왼편으로 붕어섬을 향해 늘어선 것처럼 올망졸망 섬들이 붕어 꼬리에 이어질 듯 하면서 줄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손도손, 올망졸망 사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귀여워 보이기도 하여 자꾸 눈길이 간다.
폴짝 뛰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섬들이 늘어선 모습이 사뭇 매혹적이네.
반대편에는 우리가 어제 국사정까지 걸었던 길이 보이고 국사정도 손톱만하게 눈에 들어온다.
호수 위로 공사중인 데크길도 보이는군.
저 데크길이 어제 걷다가 막혀서 못 간 곳과 연결이 되겠지.
데크길이 완성되면 다시 와서 꼭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호수 위를 걸으며 바라보는 붕어섬 풍경이 또 다르지 않을까.
붕어섬에 들어섰다.
붕어섬 안내도를 보니 생각보다 꽤 넓다.
어차피 걷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가장 외곽으로 난 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사방이 온통 꽃밭이다.
얼마 전 붕어섬에서 가을 축제를 한 것 같은데 지금은 살짝 시든 것도 있지만 꽃대궐에 있으니 갑자기 여왕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붉고 노란 국화, 천일홍, 맨드라미 등등 총천연색 꽃밭에서 나는 잠시 꽃멀미를 한다.
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은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 없는 분노 아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김용택의 < 이 꽃잎들 > 전문
걷다가 붕어섬길과 만나는 곳 근처에서 임실N치즈하우스를 만났다.
카페가 있다기에 꽃으로 둘러싸인 야외에서 향이 좋은 커피까지 마시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싶었는데 캔커피 외에는 없다고 하네.
아쉽기는 하지만 여기가 생태공원이니 가능하면 폐수나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 아닐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임실N치즈하우스에서 나와 이번에는 섬까끔 전망대로 향한다.
'섬까끔 전망대' 이름이 재미있다.
이곳 사투리나 토박이말인지 아니면 섬을 깎았다는 표현을 소리나는 대로 썼는지 모르지만 '까꿍' 하고 어디선가 숨겨진 풍경이 툭 튀어나와 우리를 놀라게 할 것만 같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화사하고, 호수는 잔잔하고...
정말 부족함 하나 없는 공간에서 마음껏 호사를 부리는 시간이다.
걷다가 쉬기 좋은 공간을 만났다.
삼각형 모형으로 사진 찍기 좋게 만들어 놓았네.
그러면 한번쯤 이용해야겠지.
번갈아가며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논다.
붕어섬 수변산책길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거의 안 보인다.
꽃과 볼거리, 놀거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이겠지.
물안개정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고, 억새 구경도 하면서.
다시 몸을 일으켠다.
메타 세쿼이어길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를 머리 속에 떠올렸는데 이곳 메타 세쿼이어는 아직 아기였네.
몇 년 후에 붕어섬을 다시 찾으면 이 나무들이 자라 내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겠지.
꽤 걸었다.
걷다 보니 왼편으로 연못이 보인다.
섬 안에 연못을 만들었구나.
연못 안에 꼬마 섬도 하나 만들어 놓았고.
아직 공사중인 곳이 많기는 하지만 붕어섬을 가꾸는데 신경을 참 많이 쓰고 있구나.
그러고 보니 나루터도 있었네.
붕어섬 단장이 끝나면 모터 보트나 오리배 등등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수상 스포츠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호숫가에 억새도 은빛 머리를 풀었다.
가을에는 역시 억새가 제격이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여기저기 공사중인 인부들도 보이고, 장비와 자재도 보인다.
모든 공사가 마무리된 후에 붕어섬이 어떤 멋진 모습으로 변신할까 기대가 된다.
가능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붕어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붕어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섞여 소란스럽다.
우리는 2시간 가량 붕어섬을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나가는 길로 향한다.
햇살이 퍼진 호수에서 빛나는 윤슬에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잠깐 발걸음을 멈춘다.
행복 한 바구니 선물 받은 기분으로 천천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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