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 (1) - 노르웨이 가는 길

솔뫼들 2024. 9.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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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떠나라.(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이 있다.

독서와 여행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우리는 이번 여름 북유럽 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을 떠나기로 했다.

북유럽은 이번에 처음 방문한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밤낮 꺼지지 않는 열기에 지쳐 노르웨이로 피서를 가는 셈이다.

북극을 코 앞에 두고 있으니 노르웨이는 시원하겠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지붕이라도 되듯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진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Norway)'라는 나라 이름은 말 그대로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노르웨이 하면  우선 오로라, 순록, 바이킹, 빙하, 백야 등이 떠오른다.

계절적으로 오로라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순록도 대면하기 어렵겠지.

우리는 노르웨이에 가는 목적이 다르니까 북극과 가까운 노르웨이라는 나라가 어떤 자연 환경으로 우리는 맞아줄지 기대를 해 본다.

 

 

 토요일 점심을 간단히 차려 먹고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늘 그렇지만 도로 사정을 예측할 수 없고 비행기가 기다려줄 리 없으니 여유있게 나가야 마음이 편하겠지.

운전석 뒤쪽에 앉으니 원하지 않았음에도 도로 사정을 알려주는 정보를 듣게 된다.

도로가 붐비는구나 싶자 약간 조바심이 난다.

 

 다행히 예정된 소요시간 1시간에서 10분을 넘겨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다.

만남의 장소로 가니 친구와 일행들이 벌써 와 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일찌감치 입국 수속을 한다.

그런 다음 오후 6시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라운지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으며 쉬기로 했다.

라면으로 급히 점심을 때워서인지 약간 출출하기도 하다.

 

 

 이번에는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한다.

에티하드 항공은 UAE 항공사로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를 경유해 유럽으로 간단다.

에티하드가 무슨 뜻인가 하고 친구가 찾아보니 아랍어로 '연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랍 에미리트 연합 국가의 항공사이니 그런 이름을 붙였구나 싶다.

 

 비행기에 오르니 좌석이 이상하다.

우리나라 KTX처럼 역방향 좌석이 있네.

좌석을 더 많이 배치하려고 한 고육지책 같은데 영 어색하다.

그리고 미리 좌석 지정을 안 해서 친구와 좌석이 떨어져 있다.

아랍 여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좌석을 바꾸기는 했지만 반대방향에 앉으니 부자연스럽다고나 할까.

비행기 바퀴가 구르니 뒤로 가는 느낌이 확실하게 나는군.

별별 체험을 다한다.

물론 일정 고도 이상 올라간 다음에는 특별한 느낌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랍에미리트 항공사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에티하드 항공사 스크린에는 무슬림들이 기도하는 메카 방향과 기도 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수시로 표시된다.

무슬림들이 철저하게 기도시간을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비행기에서도 엎드려 기도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시차를 위해서 가능하면 잠들지 않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우리와 7시간 차이가 난다고 했던가.

편하게 책을 꺼내 읽다가 눈이 피곤하면 잠시 눈을 감고 쉰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니 옆 좌석의 서양 할머니가 태블릿 PC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궁금해 유심히 보니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었네.

혹시 저 게임이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을까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이번에도 나무에 관한 책을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책을 읽다 보니 '산사나무'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말로 아가위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로 동네 공원에서 봄에 흰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이 나무 열매를 넣어 만들었다는 술이 우리나라에서 한때 유행을 하기도 했지.

17C 영국 출신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건너갈 때 탄 메이플라워호의 '메이플라워'가 바로 산사나무를 가리킨단다.

배의 이름이 나무의 이름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 사진 퍼옴 )

 

 기내식을 주문하라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음식을 주문했다.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친구는 양고기가 나온다는 아랍 음식을 주문하고 나는 광어 구이를 선택했다.

평범한 기내식이다.

사람마다 취향과 입맛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지난 봄 스페인 갈 때 이용한 아랍에미리트 항공사의 기내식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좌석에서 버튼을 작동하는 것도 이것저것 시험을 해 본다.

비행기마다 다르니 헷갈리는군.

버튼이 그리 편하게 배치되어 있지는 않은데 우연히 누른 버튼에 좌석 마사지 기능이 있었다.

강도가 세지는 않지만 누군가 허리와 등을 두드려주는 느낌도 나쁘지는 않네.

잠깐 호사를 누렸다.

 

 기내식을 먹고, 책을 보고, 잠을 자고 나니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단다.

인천공항에서 아부다비 공항까지는 9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아부다비 공항은 새로 지었다는데 그래서인지 깔끔하고 유려한 곡선 무늬가 눈에 확 띈다.

모래 언덕의 곡선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 가면 별을 볼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더 맑은 외로움을 만날 수 있다.

모래뿐인 땅

아득한 지평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올 수 있는 나라

모든 것을 다 잊고 올 수 있는 나라

그곳에 가면 맑은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별처럼 맑은 나를 만날 수 있다.

 

         윤수천의 < 사막 > 전문

 

 

 아부다비 공항에서도 라운지를 찾아 헤맨다.

아부다비 공항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가  따로 있다.

스파도 있었네.

9시간 가까이 잘 견뎠는데 공항에 내리니 만사가 귀찮다.

라운지 소파에 몸을 묻고 멍 하니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릴 겸 커피를 내려서 마셨다.

커피향이 코 끝을 간질인다.

비행기에서 마신 커피도 맛이 좋았는데 이곳 라운지 커피맛도 일품이다.

커피의 자생지라는 에티오피아나 예멘이 가까워서일까?

 

 케잌과 커피를 먹고 운동 삼아 걷기로 했다.

걷다가 싫증이 날 때쯤 면세점을 기웃거린다.

면세점에서 가장 쉽게 사게 되는 건 초콜릿.

두바이 초콜릿이 유명하지만 여기는 두바이가 아니고 아부다비.

견과류에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한 봉지 사서 친구 배낭에 넣는다.

트레킹을 할 때 필요한 에너지원은 충분히 준비해 왔지만 이건 또다른 맛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