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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일기 4 - 치악산 둘레길 한가터 잣나무숲길

솔뫼들 2024. 7. 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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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오늘은 어제 가려다 시간이 늦어 못간 박경리 문학공원에 갔다가 치악산 둘레길 중 한 곳을 걸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아보던 친구가 박경리 문학공원은 오전 10시부터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오늘 일정 순서를 바꾸어야겠군요.

 

 숲길이어서 걷기에 좋다기에 한가터에서 국형사까지 걷는 치악산 둘레길 11구간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집에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분명히 9.4km였는데 친구 말이 2.6km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한가터 주차장에 도착해 안내지도를 보니 국형사까지 한바퀴 돌아오면 왕복 5.4km가 되겠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당둔지주차장부터 시작하는 미개통 구간이 있는데 시내 통과하는 길과 임도가 있다고 하네요.

오늘은 가볍게 걷고 박경리 문학공원을 찾기로 합니다.

 

 

 

   입구에서 작은 계곡을 따라 오르자 금세 잣나무숲이 나옵니다.

걷기에 아주 편안한 길이군요.

길섶에 바알갛게 익은 산딸기가 수줍게 얼굴을 내밉니다.

다른 들꽃은 거의 보이지 않고 간간이 싸리꽃이 피어 있고요.

 

길이 순해서 힘이 안 듭니다.

정말 설렁설렁 걸을 수 있는 길이네요.

시간이 일러서인지 걷는 사람들이 거의 안 보이더니만 한참 올라가자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길이 좋다 싶었더니만 여기도 '맨발족'들이 보이네요.

정말 전국적인 열풍입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해변에 가서 모랫길을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이 '맨발족'들에게 소문이 났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하나개 해수욕장을 맨발로 걷고는 잘 못 걷던 사람이 걷게 되었다고 하지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히 맨발걷기 효과는 있는 모양입니다.

 

 

 천천히 숲을 즐기며 걸으니 확실하게 산림욕 효과를 볼 것 같습니다.

5월 말의 녹음은 정말 아름답지요.

거기에 맞추어주듯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네요.

뻐꾸기가 부지런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고 하니 친구가 반박을 합니다.

제 새끼도 제가 안 키우려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가 뭐가 부지런하냐고요.

두 가지는 다른 문제라고 하면서 둘이 옥신각신 합니다.

심심하니까요. 푸훗!

 

 숲길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을 빙빙 둘러가며 만들어놓아서 경사가 급하지 않습니다.

조금 불편하겠다 싶은 곳은 안전시설과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요.

중간중간 쉴 수 있도록 벤치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가볍게 걷기 편하도록 해 놓았군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길입니다.

 

 

 국형사 가기 전에 널찍한 전망대에서 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쉬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우리는 온 김에 국형사까지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알고 보니 국형사 아래에 버스가 들어오고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군요.

우리가 온 길 반대편으로 치악산 둘레길 1구간이 시작이 되고요.

이래저래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형사에 왔으니 일단 절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생각보다 절이 그리 크지는 않군요.

연혁을 보니 그래도 신라 경순왕 당시 지어진 절이라고 합니다.

중간에 중수를 하기는 했지만 고찰이었군요.

 

 

 

 제 눈에는 범종각이 가장 오래된 사찰의 분위기를 전해 줍니다.

고색창연하군요.

치악산이 다 울리도록 종을 한번 쳐보고 싶네요.

소박한 절집을 돌아보고 발길을 돌립니다.

 

 가다 보니 카페가 보입니다.

절에서 운영하는 것인가 했더니 개인이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카페 이름이 참 예쁩니다.

분위기가 좋아 찾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네요.

야외 공간도 좋고, 밖이 훤히 보이는 내부도 좋고...

 

 

 

 힘들지 않은 길이었는데도 산길이고 기온이 올라가니 땀을 꽤 흘렸습니다.

땀도 식힐 겸 카페에서 음료수를 주문하고 바깥 자리를 찾아 잠시 쉽니다.

바람도 살며시 불어주네요.

한가롭고 여유있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이제 돌아가야지요.

아무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시간이 덜 걸릴 겁니다.

중간에 살짝 돌아서 주차장으로 가게 되어 있으니 같은 길은 아니네요.

 

산길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일요일이고 날씨가 좋으니 집에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면 기분 전환도 되고 건강에도 훨씬 좋겠지요.

본격적인 험한 산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게 되는 둘레길을 조성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긍정적인 일이다 싶습니다.

물론 억지로 길을 내기 위해서 숲을 훼손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요.

 

 

 갈림길에서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더 없군요.

걷다 보니 송홧가루가 많이 떨어져 노랗게 산길을 물들였습니다.

잣나무꽃도 노란가요?

무심히 보아서 잘 모르겠군요.

 

 걷는 길가에 빗자루가 있기에 바라보니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요.

그런 것 보면 한번 쓸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저에 대해 파악을 아주 잘 했군요.

맞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저는 가끔 그렇게 산길을 쓸기도 하거든요.

오늘도 짧은 거리이지만 시원스럽게 비질을 하고 씨익 웃어 봅니다.

 

 한가터 주차장에 다 내려왔습니다.

적당히 운동을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