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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7) -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솔뫼들 2024. 6. 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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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시경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라는 뜻이라고 한다.

드디어 고대하던 알함브라 궁전을 볼 수 있겠군.

 

 알함브라 궁전은 해발 3400m에 이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배경으로 사비카언덕 위에 세워진 이슬람 건축물이다.

그런데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하면서 두 왕국이 합쳐졌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알함브라를 정복한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빛'이라는 뜻이란다.

정복자들은 모스크를 파괴하고 성당을 세웠지만 아름다움의 절정인 알함브라 궁전은 그대로 두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파괴할 생각을 안 했을까?

어찌 되었든 그런 결정 덕에 오늘날 우리가 이슬람 건축의 美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얻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가이드를 따라 본격적인 알함브라 궁전 구경에 나선다.

맨 처음 눈을 사로잡는 건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들.

왕의 여름 별궁이었다는 헤네랄리페 정원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나무 사이를 걸으며 나도 더불어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걸으면서 보니 곳곳에 연못과 분수대가 보인다.

황량한 사막지역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명은 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대를 만들었다고 하니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 물은 바로 뒤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물이란다.

천혜의 자연을 적절히 이용한 무어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계절적으로 한창 꽃이 피어날 즈음이라 알함브라 궁전은 꽃으로 덮여 있다.

초록과 갖가지 빛깔의 꽃까지 더해져 알함브라 궁전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말 그대로 꽃대궐이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걸으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섬세한 조각에 놀라고,

아름다운 문양에 반하고,

그들의 조각 솜씨에 또 한번 탄복한다.

눈이 호사를 누리는 이 시간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슬람교는 그림이나 조각상을 금지한다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처럼 벽이나 바닥, 아니면 기둥에 문양을 새기는 것으로 종교적 의미를 표현하는 모양이다.

하나님을 믿는 개신교와 뿌리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신의 섭리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네.

 

  가다가 유도화 터널을 만났다.

유도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花木이고 제주도에서는 가로수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유도화에 독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유도화 터널을 만들어 놓으면 시원하기도 한데다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아주 현명한 방법 아닌가 싶다.

스페인 도로변에도 간혹 유도화를 심는데 그곳을 지나가면 다른 곳보다 차창에 붙은 곤충 사체가 훨씬 적다고 한다.

꽃과 녹음을 즐길 수 있는데다 벌레까지 퇴치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아닌가.

 

 

 합스부르크 왕조 카를 5세 궁전에 이르러 잠깐 자유시간을 주었다.

산자락에 안온하게 자리잡은 알바이신 지구를 내려다본다.

스페인 군사들에게 약탈과 살육을 당한 옛날 비극을 잊은 채 이슬람인들이 살던 마을은 평화로워 보인다.

우리나라 용평처럼 해발 700m 정도가 사람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었지.

알바이신 지구는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해발고도가 사람 몸에도 좋은 그런 곳이었다.

다음에 그라나다에 온다면 이곳에 묵으며 골목길을 걸어보고 싶다.

 

 카를 5세 궁전은 본래 3층으로 지으려던 계획이었는데 2층까지만 지어진 미완성 건물이란다.

코린트식, 이오니아식, 도리아식이 혼합된 건축양식으로 독특한 외관과 투우 경기장 같은 모습의 내부가 돋보인다.

안으로 들어가 회랑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시원스런 느낌을 주기는 하네.

 


건물 외벽에는 말을 매어두는 고리가 달려 있다.

외관은 네모난 벽돌 모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지어져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매어둔 말에 올라타기 쉽게 턱도 만들어 놓았군.

우리는 그 턱을 의자 삼아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는 벨라탑에 올라갔다.

멀리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보인다.

여름 느낌이 나는 4월 말에 만년설을 보는 느낌은 새롭다.

 

여름에 스페인으로 휴가를 오는, 유럽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중해에서 해수욕을 즐기다가 싫증이 날 때면 이곳에 와서 스키를 탄다고 한다.

땅이 넓다고 해도 여름과 겨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이래저래 스페인은 복받은 나라이다.

 

 

 가이드를 따라 쭐레쭐레 걷는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 순식간에 일행을 놓칠 수도 있겠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잘 가꾸어져 터널을 이룬 곳을 지나간다.

 

 나무가 만든 초록 기둥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초록 기둥이 아니라 초록의 나무벽이라고 해야 하나?

초록 터널을 지나면서 이런 데에서는 갇혀 있어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초록 감옥이라니...

눈이 얼마나 즐거울까?

그 단어가 재미있어 혼자 피식 웃는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건물은 국립호텔로 사용한단다.

스페인 한달 살기 하려는 친구가 알함브라 궁전 내 숙소에서 묵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가격도 비싸지만 무려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네.

그래서 한국인들은 거의 예약을 하지 못한단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묵는 건 특별한 경험이기는 하겠다.

불 밝힌 알함브라 궁전을 돌아보고 알바이신 지구 야경도 감상할 수 있겠구만.

굳게 닫힌 문 사이로 보이는 호텔 투숙객들이 부럽다.

 

  한참 부러워할 틈도 없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알함브라 궁전 입구에 도착했다.

이 동네에는 집시들이 많이 산단다.

숙소도 운영하고, 기념품도 팔고, 간식거리도 팔고...

 

 

 오늘 우리 일정은 여기에서 끝난다.

마로니에 분홍빛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거리이다.

여기에서 선택관광인 그라나다 연장투어를 할 사람들과 헤어져 우리는 호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