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 - 스페인 가는 길

솔뫼들 2024. 6.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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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 동창들과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스페인.

이슬람 문명과 카톨릭 문명이 섞여 특별한 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중해성 기후라 날씨도 좋고 과일도 풍부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밤 11시 55분 비행기라 저녁 무렵 집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간다.

긴 시간 비행이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그나마 A380은 좌석 간격이 다른 기종보다 넓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비행기는 에미리트 항공이라 두바이를 경유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간다.

여행은 스페인 북부 바로셀로나에서 남쪽으로 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고.

 

 밤에 비행기를 탔으니 잠을 자는게 지루함을 덜 수 있겠지.

탑승을 하고 바로 눈을 감았는데 우리 시간 새벽 1시에 식사가 나오네.

이건 수면뿐 아니라 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거절을 했는데 희야가 해산물 음식을 먹는 걸 보니 맛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꾹 참고  잠에 빠진다.

유난히 기내가 추워서 담요를 덮어쓰고서.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은 국적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젊은 친구가 연신 웃으면서 내가 뭔가 어리바리한 면을 보이면 얼른 도와준다.

고마운 일이네.

물론 그 친구가 창쪽 자리에 있으니 필요한 부분을 내가 도와주기도 했고.

좁은 이코노미석에서는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따라 여행이 즐거울 수도, 고통이 될 수도 있는데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자다, 깨다, 책 보다, 주는 밥 먹다 보니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생각보다는 잘 왔다.

희야는 에리미트 항공 기내식이 마음에 든다며 연신 칭찬이다.

이제 두번 나왔지만 바로셀로나에 가는 동안에도 맛난 식사가 나오겠지.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두바이공항은 불야성이다.

인천공항에서 탑승을 할 시각에는 면세점에 불이 꺼진 곳이 많아 썰렁한 느낌이었는데 두바이 공항 면세점은 24시간 운영한다더니 다르기는 하네.

그래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니 와이파이 신호는 떴는데 원활하게 작동이 되지 않는다.

확실히 그런 서비스는 인천공항이 최고이다.

아니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해야겠지.

 

 여기에서 4시간 후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운동 삼아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면세점에서 물건 가격도 비교하고...

그러다가 싫증이 날 즈음 기내에서 먹은 것 소화도 시킬 겸 한발 서기 시합을 했다.

한발 서기는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균형 감각을 키워 준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을 하는 일이 빈번하니 수시로 한발 서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걸 보면서 우리는 그걸 즐긴다.

 

 

 지야는 여행 출발 이틀 전에 다용도실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여행을 못 가지 않을까 엄청나게 걱정을 했나 보다.

머리 다쳐서 여행 못 가면 어떡하느냐 했더니만 남편이 그런 말 하는 걸 보면 여행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나.

희야가 만져보니 머리에 상처가 만져진단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다.

희야는 밤마다 지야 남편 대신 지야 머리에 약 발라주게 생겼다.

 

 늦둥이 고등학생 아들과 노모가 걱정되는 미야는 그래도 씩씩하다.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용감함이 나오는지 때로는 궁금할 정도라니까.

패키지 여행이기는 하지만 영어 쓸 일이 있으면 미야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영어가 전공이기도 하고 한동안 영어 강의를 했으니 아무래도 우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게다가 기기를 잘 다루니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건 미야를 믿어 보자.

나와 희야, 지야는 로밍을 안 했는데 미야는 로밍까지 하지 않았는가.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바로셀로나까지 7시간 10분 걸린단다.

역시 기내식은 두 번 나온다.

샌드위치와 닭고기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두 번 다 기내식을 먹었다.

와인까지 곁들여서 여유있게.

 

 생각해 보니 30대 후반 처음 유럽에 여행 왔을 때 귀국 비행기편에서 무려 다섯 번의 기내식이 나왔다.

아무리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이라 하더라도 위장이 쉴 틈이 없어서 밤참으로 나오는 컵라면을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킁킁 컵라면 냄새의 유혹에 몹시 힘들어 하면서도.

벌 받듯이 꼼짝없이 앉아 있으면서 먹기만 하는 건 사실 고역 아닌가.

 

 

 오후 1시 25분 바로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바로셀로나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보니 내 캐리어 커버가 벌써 찢어졌다.

기름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있고.

작년 남미 여행에서 캐리어가 파손되어 곤혹스러웠던 기억에 커버가 있으면 그나마 캐리어가 덜 망가지고 비상시 내용물이 밖으로 보이지 않을 거라며 여행 준비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권했는데 모두 엉망이다.

그만큼 캐리어가 덜 손상되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공항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우두둑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쉬지 못하고 바로 관광을 해야 하는데 걱정되네

잠깐이나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여기저기 움직여본다.

허리, 어깨 운동에 목 운동, 발목 돌리기까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잘 버텨 보자.

 

여정이 일치하는 그곳에 당신이 있고

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시간은 망명과 같다 아무도 그

서사의 끝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끝끝내 완성될 운명이

이렇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

사랑은 단 한 번 펼친 면의 첫 줄에서

비유된다 이제 더 이상

우연한 방식의 이야기는 없다

이곳에 도착했으니 가방은

조용해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은 항상 당신의 궤도에 있다

 

            윤성택의 < 여행 >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