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구엘공원으로 향한다.
구엘 공원 역시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곳이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이 언덕배기에 지금으로 치면 전원주택을 지었는데 분양이 안 되었단다.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던 곳을 스페인 정부에서 사들여 공원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구엘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도 시간을 정해 예약을 하고 입장을 해야 한단다.
시계처럼 움직여야 하는군.
가우디의 작품이니 여기 역시 지형을 이용해 곡선을 주로 한 설계가 돋보인다.
코끼리 다리 같기도 한 기둥이 이어지는 곳은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기상천외하다고나 할까.
주변에 있는 자연석을 붙여서 만든 것 같은데 간혹 사람 모양도 있고, 파충류 발 모양 같기도 하고...
동화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 같은 건축물을 보면서 과연 사람이 살았던 집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그런 집에서 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매일 아침이 새롭고 반짝거릴까?
어찌 되었든 가우디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작품에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
담장을 타고 오르며 핀 부겐빌레아까지 더해져 내가 커다란 작품 속에 들어와 느낌이다.
타일을 붙여 만든 벤치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렇게 있으니 그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
나도 한번 앉아볼까나.
슬슬 어스름이 내리려는 시각, 작품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란...
가우디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천재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지난 12월에 갔었던 제주도 우도의 훈데르트 바서 정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훈데르트 바서 역시 모든 건물과 길을 곡선으로 설계한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화가이다.
타일을 이용한 점도 비슷하네
물론 시대적으로 가우디가 앞서니 가우디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저녁 메뉴는 빠에야.
스페인은 해산물이 풍부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처음 먹는 식사는 어떨까 기대가 된다.
맨 처음 샐러드가 나왔다.
샐러드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져 싹싹 비웠다.
스페인산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뿌려 먹으니 그만인 걸.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멀리 우리나라까지 온 식초와 오일보다는 아무래도 낫겠지.
다음으로 빠에야.
쌀이야 당연히 안남미이고 볶음밥인데도 발이 질척하다.
지야는 빠에야를 먹으면서 쌀이 덜 익었다고 투덜댄다.
그리 맛있지는 않지만 계속 돌아다녔으니 그래도 접시를 비운다.
우리나라에서 먹은 빠에야가 훨씬 맛있었네.
작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먹은 빠에야는 또 얼마나 반가웠는지...
물론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계속 고기만 먹다가 만난 해산물 요리이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자유스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노천 카페에 앉아 먹었으니 그런 분위기도 한 몫 하기는 했으리라.
또 하나 우리가 이제 세계 음식을 거의 다 먹어보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디에 가서 그 나라 음식이 특별히 맛있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겠지.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면서 다들 입맛이 상향 평준화되었다고나 할까.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는 달콤하니 모두들 좋아라 한다.
역시 지중해성 기후에서 나오는 과일은 맛이 좋다면서.
다만 껍질을 벗기기 쉽지 않은데 통째로 식탁에 얹어 놓은 건 성의가 없어 보인다.
이제 쉬고 싶다.
호텔로 이동하는데 버스는 계속 달린다.
호텔은 늘 외곽에 위치해 있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도착해 보니 조용한 주택가에 호텔이 있었다.
위치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단점은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다는 것.
이 동네 사람들은 무언가 급하게 필요할 때 어떻게 한대?
과일을 사서 여행 첫날 기념으로 친구들과 와인 한 잔 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는 모두 여고 동창이지만 중학교까지 동창끼리 희야는 지야와 나는 미야와 짝을 정해 방으로 들어간다.
비행기에서 잤다고는 하지만 바로셀로나에 내려 바로 관광에 들어갔으니 고단하기는 하다.
얼른 씻고 자자.
자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하면서 내일 입을 옷과 준비물을 대충 챙겨 놓고 침대에 눕는다.
영롱한 눈망울엔
꿈도 많았고
살며시 부푼 가슴
그리움도 있었지
세월 따라 멀어져간
그 얼굴 얼굴들
눈가에 잔주름 헤아릴 때면
아련히 떠오르는
여고 동창생
김수현 작사, 김희갑 작곡, 양희은 노래 (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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