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짐을 챙겨 나온다.
오늘 2박 3일 일정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국제선 항공편이 있는 산티아고를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동해야 한다.
상파울루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옮겨 타고 파리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다.
이번 여행은 희한하게 언제 예약을 했느냐에 따라 귀국편 항공기가 다르다.
우리는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고, 강회장님과 한 명은 미국 L.A를 경유해야 하고, 기훈씨와 유사장님, 재석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한단다.
그래서 산티아고 공항에서 헤어지는 팀도 있고, 상파울루까지 함께 가는 팀도 있다.
어느 팀이 인천공항에 가장 먼저 도착하느냐 비행기 티켓을 보면서 말들이 많다.
1시간 안팎으로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저녁 시간이다.
생각해 보니 유럽을 경유하는 사람들은 어쩌다 보니 세계 일주를 하는 셈이 되는군.
남미에 갈 때 미국 L.A를 거쳐 갔는데 귀국할 때는 반대로 유럽을 경유하니 지구를 한 바퀴 다 도는 것이다.
아이고, 세계 일주 한 번 잘 한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산티아고까지는 3시간 남짓 걸린다.
지도를 보면 무척 먼 거리인데 그나마 다행이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푼타 아레나스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산티아고 까지 가야 하니 남북으로 긴 나라 칠레에서 위, 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셈이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짝꿍은 스마트폰으로 라탐항공사에 내 캐리어 보상 신청을 하느라 분주하다.
돈을 주는 것이라 그런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네.
결국 기훈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해결을 했다.
산티아고 공항을 둘러보니 양모로 만든 제품이 참 많다.
그러고 보니 의자는 물론 식탁 위까지 가죽으로 덮여 있다.
그만큼 소나 양이 많다는 말이겠지.
칠레의 산업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강회장님과 작별하고 상파울루로 날아갔다.
상파울루에서는 파리까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비행기 청소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타는 번거로움과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다 내리라고 하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이래저래 시간은 잘 간다.
여행을 하는 동안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만 합쳐도 족히 며칠은 되리라.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잠에 취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면서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 드골공항에서는 자동판매기에서 신라면 컵라면을 파는 걸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런데 컵라면이 있으면 뭘 하나?
뜨거운 물을 받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라운지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고 쉬다가 나가서 운동 삼아 또 공항 안을 왔다갔다 했다.
음식에 호기심이 많은 짝꿍은 공항 안에서 오가다가 거위 간인 푸아그라를 산다고 면세점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포장된 푸아그라는 가격이 아주 비싸다.
가격을 보고 고민하고 있다가 역시 운동 삼아 공항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랬더니 어디에서 푸아그라 가격 할인을 한다고 알려준다.
덕분에 가성비 좋은 푸아그라를 사게 되었다.
푸아그라는 프랑스 말로 '살찐 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푸아그라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지만 요즘 동물 보호론자들은 동물을 학대한다는 이유로 푸아그라 판매에 반대를 한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커다란 거위 간이 안 나온단다.
그래서 커다란 거위 간을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거위의 살을 찌게 만드는 과정이 동물 학대라는 것이다.
그래도 미식가들이 찾아서인지 거위 간 생산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
짝꿍이 푸아그라를 사고 난 후 걷다가 잠깐 쉬기로 한다.
창 밖이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보고 있는데 오늘이 며칠이지?
머리가 뒤죽박죽 된 느낌이 드는데 이게 제대로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28박 29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파리 드골공항에서 석양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공항에서 7 ~ 8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졌네.
책도 보고, 졸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이렇게 석양을 즐기기도 하고 ...
드디어 KAL에 탑승을 했다.
국적기라는 것, 기내식으로 우리나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처음 나온 전복죽은 얼마나 맛이 좋은지 술술 넘어간다.
평소 죽을 좋아하지 않는 짝꿍도 좋아서 표정이 달라졌다.
식사를 마치고 책을 폈는데 잘 느끼지 못 하지만 피로가 누적되어서인지 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결국 책을 덮고 그대로 누웠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렇게 책을 못 읽을줄 몰랐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눈이 피곤해서인지 책 두 권은 아예 캐리어에서 못 나와 바깥 구경도 못했다.
그 동안 나이가 들었다는 걸 깜빡 했던 것이다.
다음에 여행을 갈 때 참고사항이다.
잠을 자면 안 되는데...
시차 고려하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까무룩 잠이 든다.
잠깐씩 잠들었다 깼다 반복하면서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페루의 쿠스코,
볼리비아의 라파즈, 우유니, 수크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브라질의 포스 두 이과수,
다시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 엘 칼라파테, 엘 찰튼,
그리고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 또레스 델 파이네, 푼타 아레나스까지 5개국 12개 지역을 돌아다녔다.
긴 시간이었지.
그리고 아홉 번쯤 항공 이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열차가 시위로 막히는 바람에 항공기를 이용하게 되고, 코로나 19로 직항이 없어지는 바람에 다른 곳을 경유하게 되어 무려 열다섯 번이나 비행기를 타는 행운(?)을 누렸다.
내 평생 다시 없을 일이다.
남미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을 생각하다 보니 인천공항에 가까워졌단다.
대략 30 시간의 비행 후 남미 여행 28박 29일이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는 춥겠지.
귀국 후 몸살 나지 않고 일상 생활로 잘 복귀하기를 바라면서 차분하게 짐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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