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파리'라 불리는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엘 칼라파테로 이동하는 날이다.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는데 도시세를 내라고 한다.
미국 달러로 1달러 정도이지만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 보아도 이런 세금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지 않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시세를 매긴다는데 이렇게 외국인에게 받은 세금으로 자국민에게 퍼주는 모양이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시위가 있다고 하여 예정보다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강회장님은 공항에 도착 후 외손자를 위해 메시 진품 티셔츠를 산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나 허탕을 치셨다.
세계적으로 이미 매진이 되었단다.
새삼스레 메시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비행기는 1시간 넘게 지연 출발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엘 칼라파테까지 3시간 정도 걸리는데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지 하강하면서 기체가 계속 흔들리는 바람에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기까지 하다.
시계를 보니 착륙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참자.
창 밖을 보니 땅이 온통 사막처럼 보인다.
풀 한 포기,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누런 땅.
그나마 너른 땅 위에 구불구불 뱀처럼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너무 삭막해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인데 그나마 강이 있어서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그런 파타고니아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중이다.

파타고니아는 지구 남쪽 끝 아르헨티나 칼라파테에서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이르는 구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마젤란과 그의 원정대가 거인족이라고 묘사했던 원주민을 가리키는 '파타곤'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연중 기온이 낮고 바람이 세다.
거센 바람이 파타고니아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이니 어느 정도 바람이 센지 짐작할 수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하여 양쪽 지형이 다른데 칠레 쪽은 대규모 피오르드가 펼쳐지고, 아르헨티나 남부는 메마른 사막이 있다.
파타고니아의 특징은 빙하인데 크고 작은 빙하가 50개 이상 있으며 그 빙하가 빠르게 순환한다고 한다.
안데스 산맥에 내리는 많은 비가 빙하를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10년 전쯤 브루스 채트윈이 쓴 기행문 '파타고니아'를 읽은 적이 있다.
할머니댁에서 본 가죽조각이 파타고니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파타고니아에 대한 열망을 품었다가 불현듯 파타고니아로 떠난 작가가 그곳의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오래 전에 읽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귀국해서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전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엘 칼라파테 들어가는 입구가 나무 문으로 되어 있다.
시멘트로 지어진 것보다 한결 자연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푸근해진다.
자연에 가깝다는 건 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사실 이번 남미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일정이 파타고니아 아니었던가.

호텔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호텔 바로 앞 정원에는 라벤더와 꽃댕강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네.
벌들이 윙윙거리며 나는 모습도 보인다.
벌들의 소리에 라벤더의 보랏빛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엘 칼라파테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군.
호텔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바람이 거세다고 하더니만 정말 바람이 우리를 환영해 준다.
두 팀으로 나뉘어졌는데 우리는 폴란드 출신이라는 키다리 여성 가이드가 소개해준 피자집으로 향한다.
피자 두 판에 샐러드, 맥주, 콜라를 주문해서 정말 맛나게 먹었다.
맛집이라 할 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을 좀 늦게 많이 먹었으니 저녁은 생략해도 되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거리 구경을 할 겸 걷다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점에 들어갔다.
결정 장애가 있는건 아닌데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선택하기도 쉽지 않네.
그래도 취향껏 아이스크림을 콘에 담아 먹고 있는데 한국 젊은이들이 한 무리 들어온다.
우리처럼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여기는 빙하를 보기 위해 많이들 찾는 모양이다.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람 수대로 사서 묘하게 케잌처럼 만든다.
젊은이들이 창의성(?)이 돋보이는군.
거리를 걷다가 벌써 한국인들을 세 팀이나 만났다.
어디에선가 '아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고.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말이겠지.
아예 숙소에서 음식을 해 먹기 위해 식재료를 사서 들고 가는 중년의 한국인들도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루 묵는데 며칠 묵을 예정인가 보네.
엘 칼라파테 거리에 오가는 아시아 사람은 거의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일본 말은 전혀 들리지 않고 어쩌다 중국 말이 들리기는 한다.
한국 사람들이 확실히 활기차고 역동적인 삶을 사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엘 칼라파테 조형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푸른 잔디 위에 설치된 흰색의 조형물이 높은 곳에 있어 멀리서도 눈에 확 띈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는지...
슬슬 걸어다니며 거리 구경을 하다가 물을 한 병 사기 위해 마트에 들어갔다.
관광지임에도 계산을 하기 위해 한참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네.
엘 칼라파테는 이런 곳이었구나.
물을 산 다음 호텔로 들어간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오전 내내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시달렸으니 좀 쉬자.
얼마쯤 쉬었을까?
답답해서 다시 거리 구경을 할 겸 몸을 일으켠다.
짝꿍은 저녁을 먹자고 유사장님께 연락을 했는데 부지런한 유사장님은 아르헨티노 호수까지 구경을 가셨단다.

걷다가 낮에 본 예술거리(?) 위쪽으로 올라가보기도 한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대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건물이 보인다.
건물 벽에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여기는 예술가의 아지트쯤 되려나?
유사장님과 몇 시쯤 만나자 하고 우리도 부지런히 호수를 찾아가 본다.
바람이 불고 비가 흩뿌리는 날씨에 뛰다시피 찾아간 아르헨티노 호수는 썰렁하다.
때로는 홍학도 온다는데 오늘은 아닌가 보네.
그래도 산책하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우리처럼 후딱 둘러보는 사람...
저녁 어스름이 낮게 걸린 호수를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
하나, 둘 불이 밝혀진 엘 칼라파테 거리 풍경은 정겹다.
거리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상가를 기웃거리며 걷는다.
상품은 매력적인데 값이 비싸 살 생각 없이 눈요기만 하는 시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 상점은 모두 들어와 있나 보다.
'비싼 시골'이라 한다더니 그 말이 맞네.

유사장님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간다.
유사장님이 엘 칼라파테를 돌아다녀보고 하시는 말씀, '담배 피기 좋은 거리에 술 마시기 좋은 호텔'이라 하시네.
그러면 유사장님과 찰떡 궁합 아닌가요.
저는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마을이네요.
나는 저녁 생각이 없는데 짝꿍은 예민한 위장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한다.
고기에 질렸지만 점심에 피자를 먹었으니 선택지가 없다.
결국 아사도를 하는 음식점에 들어가 또 고기를 시켰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장사가 잘 되는 집이었네.
5명이 넘는 한국인 단체는 숫자가 많아서인지 30분 가까이 기다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끌벅적한 곳에서 분위기에 젖으며 저녁 식사를 마쳤다.
아담한 마을 엘 칼라파테 거리를 걸어 호텔로 들어간다.
오늘밤 엘 칼라파테 거리는 내내 반짝이며 깨어 있을 것 같다.
거리가 잠들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내일을 위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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