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저무는 황혼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구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귀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봇도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메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슥히 비기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경칩 (2) | 2023.03.12 |
---|---|
오늘의 시- 한 마디로 말하자면 (0) | 2023.03.05 |
오늘의 시- 매화가 필 무렵 (0) | 2023.02.19 |
오늘의 시 - 겨울숲에서 (0) | 2023.02.12 |
오늘의 시- 시래기 (0) | 2023.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