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저무는 황혼

솔뫼들 2023. 2. 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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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무는 황혼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구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귀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봇도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메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슥히 비기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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