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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리꽃
도종환
사월이 가고 오월이 올 때
장다리꽃은 가장 짙다
남녘으로 떠돌며
사무치게 사람들이 그리울 때면
장다리꽃 껴안았다
벼룻길로 바람은 질러오고
고개 이쪽에 몇 개의 큰 이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래를 남기고
손사래치던 손사래치던 장다리꽃
비를 맞으며 장다리꽃 고개를 넘다
비를 맞으며 손바닥에 시를 적었다
남은 세월은 젖으며 살아도
이 길의 끝까지 가리라고 적었다
등줄기를 찌르는 고드래 같은 빗줄기
사월이 가고 오월이 올 때
장다리꽃은 가장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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