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장다리꽃

솔뫼들 2023. 5. 22. 08:38
728x90

          장다리꽃

                              도종환

 

사월이 가고 오월이 올 때

장다리꽃은 가장 짙다

남녘으로 떠돌며

사무치게 사람들이 그리울 때면

장다리꽃 껴안았다

벼룻길로 바람은 질러오고

고개 이쪽에 몇 개의 큰 이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래를 남기고

손사래치던 손사래치던 장다리꽃

비를 맞으며 장다리꽃 고개를 넘다

비를 맞으며 손바닥에 시를 적었다

남은 세월은 젖으며 살아도

이 길의 끝까지 가리라고 적었다

등줄기를 찌르는 고드래 같은 빗줄기

사월이 가고 오월이 올 때

장다리꽃은 가장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