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섬 여행 - 홍도 유람선 관광 (1)

솔뫼들 2021. 9. 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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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숙소로 향한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보니 해수담수화시설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아하! 홍도에서는 바닷물에서 염분기를 제거해 사용하는구나.

여행객들이 늘어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민물이 부족해 생긴 현상 아닌가 싶다.

어제 숙소에서 씻으면서 섬인데 물이 좋다 생각했더니 소금기가 제거된 바닷물로 
씻은 거였네.

 

 그 물로 더 씻을 일이 생겼다.

깃대봉을 오르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땀에 젖은 옷을 잠깐 말리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이런 점이 좋구만.

 

 그런 다음 짐을 꾸려 식당으로 내려간다.

이른 점심을 먹은 다음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기다린다.

사실 홍도 여행의 白眉는 뭐니뭐니 해도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한 바퀴 돌며 풍광을 감상하는 것이다.

전에 왔을 때 기기묘묘한 바위 모습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30분 가까이 유람선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한번 홍도를 둘러본다.

깃대봉을 배경으로 한 마을이 정말 산뜻하다.

파란 하늘도 오늘 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고.

 

 선착장 주변 포장마차에는 한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당일로 홍도에 들어왔다가 깃대봉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포장마차에 들렀을까?

어제 저녁에는 썰렁했는데 오늘은 사람들로 붐벼 분위기가 흥겹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국내라고 하더라도 갈 데가 많다 보니 내가 사는 동안 여기를 또 오게 될까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니 어디든 더 애틋하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행지가 더욱 기억하고 싶은 공간이 된다고나 할까.

 

 드디어 유람선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탄 것 같은데 250명 정원에 90명만 태웠단다.

한 배에 태워도 되는데 여유있게 구경하라고 유람선 두 척에 나누어 태웠다는 말이다.

유람선을 홍도 자체에서 운영하다 보니 그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모양이다.

 

 유람선 탑승을 기다릴 때 보이던 흰 등대가 가까워져 얼른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바다와 등대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바닷가에 다녀와 등대 사진이 없으면 왠지 서운하다.

무언가 빠뜨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검은 양떼들이 몰려온다

출항을 기다리는 뱃고동소리가

포구를 휘감는 밤

 

바다와 하늘 사이

조용히 서서 우는 시인이 있었다

 

뼈마디 서걱거림 바다로 내려온

페가수스의 날개

 

늘 떠날 차비를 하며

먼 지평선 바라보는

 

 나는 그를 그리움이라 부르리라

등대라 부르리라

 

  문정희의 < 등대 시인 > 전문

 

 

 가이드는 신명나게 사투리를 섞어 홍도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

홍도의 인구, 학생 수, 특이한 식물, 자연환경, 주요 해산물 등등.

지하수를 개발해 식수로 사용하고 바닷물을 담수화한 건 생활용수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홍도분교 입구에서 관리자가 이용한다고 해서 고지식하게 발길을 돌렸던 곳에 해수담수화시설과 내연발전소가 있었다.

가지 말라고 해도 길이 나 있으니 많은 사람이 슬쩍(?) 데크를 따라 가는 것도 유람선 기다리는 동안 보았고.

 

 구성진 해설을 귀로 듣고 눈으로는 주변 경치를 보느라 바쁘다.

홍도 1경 남문바위에서는 천천히 사진을 찍으라고 배가 한참 제자리에 서 있다.

남문바위를 배경으로 줄을 서면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하면서.

우리는 우리까지 적당히 사진을 찍으며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이 서로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아우성을 쳐 배 안이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가이드 왈, 처음에만 그러지 나중에는 사진 찍는 것도 시들해진다고.

맞는 말이다.

처음에는 감탄사 연발하며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니 그냥 멀뚱히 바라보다 말게 된다.

 

 사실 섬이라고 해야 하나 싶은 바위들이 우뚝우뚝 제각각의 모양으로 서 있는 건 장관이다.

삐죽삐죽 솟아 촛대 같기도 하고, 산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고, 동물의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는 하겠지만.

조물주의 탁월한 솜씨 구경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와, 저 물빛을 어찌 할꼬?

손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짙은 물빛에 반해 입을 뗄 수가 없다.

푸르름의 깊이를 잴 수 있다면 아마도 가장 높은 지점을 차지하지 않을까?

청정바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는 도중 보니 간간이 바위에 흰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홍도 주민들이 공동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곳이라고 한다.

어차피 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데 사이좋게 공동 작업을 한다고 하니 듣는 사람도 참으로 흐뭇하다.

 

 저 바위 아랫부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무얼까?

한참 궁금했는데 거북손과 전복이란다.

와! 저렇게 많으니 먼저 따 가는 사람이 임자 아닐까?

저 근처에 배를 세워 주면 바위 타던 실력 발휘해 체험 학습 제대로 할 수 있겠는걸.

서해안에서 바위에 붙은 굴을 따 보기는 했지만 전복과 거북손은 자연 상태로 있는 걸 처음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가이드 말에 따르면 여기 바위에 붙어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단다.

에구, 아깝다.

 

 

 실금리 동굴도 지난다.

바위에 시커먼 입을 벌린 동굴이 버티고 있다.

전에는 동굴 바로 앞까지 유람선이 갔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