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45분, 1시간 넘게 걸려 드디어 깃대봉(해발 365m)에 도착했다.
올라오는 길에 보았던 '홍도 청어 미륵' 같은 정상석이 우리를 맞아준다.
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더니만 바로 내려가는 바람에 깃대봉은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되었다.
깃대봉은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속한다.
해발고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한다는 말이겠지.
전에 왔을 때는 산행이 가능한지도 몰랐다.
홍도는 배를 오랜 시간 타고 와야 해서 오기 쉽지 않은데다 깃대봉 등산로가 홍도 1구와 2구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陸路라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섬 산행이니 날 좋으면 주변 섬과 바다를 후련하게 조망할 수 있는 건 당연하고.
깃대봉 정상에는 눈 앞에 내려다보이는 섬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흑산도, 태도, 가거도.
흑산도는 전에 가본 곳인데다 오후에 갈 예정이다.
태도와 가거도는 가본 적이 없는 섬인데 전에 가거도 독실산에는 무척 가고 싶어 했었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도 1무1박3일에 걸쳐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옛날에 가거도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嘉佳島, 可佳島로 불리다가 '가히 살 만한 곳'이라는 뜻의 可居島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가거도 독실산은 해발 639m로 작은 섬에 있는 산치고는 높은 편이라 산행이 꽤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독실산에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목포에서 무려 4시간 30분 배를 타고 가야 한단다.
왕복 9시간 배를 타야 한다는 말에 그만 얼른 포기하고 말았었지.
정상에서 조망을 하다가 낯선 식물을 발견했다.
언뜻 보면 작물 '조' 이삭 같기도 한데 꽃인지 열매인지조차 분간하기 쉽지 않았다.
내가 식물에 대한 견문이 좁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여기만 해도 이렇게 특이한 식생을 자랑하니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우리는 깃대봉 정상석 앞에서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잠깐 그늘에 자리를 찾는다.
시간이 이르기는 하지만 햇볕이 따가운데 키큰 나무 한 그루 없는 깃대봉 정상에서 그나마 안내판과 현수막 그늘에 기대
데크 바닥에 철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쉰다.
휴! 생각보다 힘들었다.
높지 않다고 우습게 보았다가 큰코닥칠 뻔했다.
늘 그렇지만 앞산은 앞산대로 뒷산을 뒷산대로, 히말라야는 히말라야대로 힘들다.
큰 산을 다닌 사람이 힘들다고 한다면서 간혹 엄살 부린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힘들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싶다.
그때그때 마음자세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쉬면서 목도 축일 겸 가방에서 가져온 귤을 꺼낸다.
귤 맛이 약간 싱겁기는 하지만 집에서부터 챙겨와 여기에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땀을 식힌다.
아까 그리 멀어 보였던 철탑이 있는 봉우리가 여기에서도 머네.
결국 우리는 보이지도 않던 봉우리를 향해 걸은 셈이다.
깃대봉 정상에서 홍도 2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뱃길이 험하면 사람들이 깃대봉을 넘어 1구와 2구를 오갔다는 말이다.
볼일이 있을 때만 그러기는 했겠지만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니 오죽 힘들었을까.
2구까지 가 보고 싶기는 한데 힘이 들기도 하고 다음 일정이 있으니 오늘은 생략하자.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던 길 그대로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으니 내려갈 때는 절반 정도 시간이면 되지 않을까?
후다닥 뛰다시피 내려간다.
늘 그렇지만 올라갈 때는 멀게 느껴졌던 길이 내려오려니 금방이다.
하기는 입구에서 정상까지 2km이니 먼 거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
내려오는 길에 다른 식물들에게 제 몸 한쪽을 내어준 나무들에 눈길을 주며 더불어 사는 삶을 생각한다.
자연은 늘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왜 끝이 없는지...
다 내려와서 보니 다른 방향으로 데크길이 보인다.
저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궁금해 하다가 관리자만 다닌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홍도를 관리하는 시설이 있나 보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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