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연극 '거룩한 직업'

솔뫼들 2021. 8. 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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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때문에 연극을 예약을 했다가 못 보는 일이 생기곤 한다.

다행히 이번 연극은 상연이 연기되지 않아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에 가면 저절로 젊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보러 드나들었던 곳이어서일까?

마음이 넉넉해지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근삼의 희곡 '거룩한 직업'을 김재건과 정상철이 열연한다고 해서 이번 연극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의 우정이 50년이 되었다던가.

 

 제목 '거룩한 직업'은 좀도둑을 가리키는 말이다.

교수의 집에 들어간 좀도둑과 교수의 대화가 연극의 주된 내용이다.

오래된 희곡이라고 하더라도 요즘 세상에 전혀 뒤처졌다는 생각이 안 든다.

연출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훌륭한 작품이라는 말이겠지.

 

 좀도둑이 말하는 큰 도둑은 고위 공무원이나 교수를 가리키는 것 아닌가 싶다.

수십년 같은 강의 노트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하는 강의는 교수가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지금이야 그러면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에게 낮은 점수를 받겠지만 우리 시대에도 일부 교수에게 가능했던 일이다.

고위 공무원은 공무원 월급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 모르는 돈으로 떵떵거리며 산다.

지금도 아주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비리 아닌가.

거기에 비하면 미리 사전 답사도 하고, 담을 넘기 위해 몸을 던지기도 해야 하고, 집을 지키는 개에게 물릴 수도 있는 걸 각오해야 하니 자신이 도리어  정직하고 거룩한 직업 아닌가 도둑은 强辯을 한다.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일변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손뼉을 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배우의 熱演을 보고 있자니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국립극단부터 이어진 두 분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그리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앞으로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기를 두 분께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