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작품이 새로 나왔다.
표절 논란 이후로 처음 나온 작품이 아버지에 대한 소설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기억이 생생해 이 작품이 또 나를 울리겠구나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작가 특유의 문체와 심리 묘사에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 나가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말이다.
어머니가 암 치료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내려간 큰딸이 아버지를 보면서 느낀 소회 를 따라가는 작품은 아버지의 시선으로, 딸의 시선으로, 그리고 장남, 어머니, 개인적인 상처를 공유한 지인 등 여러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그래, 한 면으로만 사람을 보면 안 되겠지.
생각보다 易地思之가 어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겪은 6.25 전쟁이며 4.19혁명, 그리고 장남이 겪은 산업화시대 중동 파견 등등.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가족의 역사 또한 파란만장하다.
어느 가족인들 그저 편안하게만 산 시대이겠는가.
개별자, 단독자로 아버지를 보지 못 했다는 말에서 나도 뜨금하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사실 나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 말이다.
성인이 되어 아주 가끔 지금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어떤 부녀관계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곤 했다.
그리고 남들처럼 아버지 선물을 한번이라도 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반면 혼자 되신 어머니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단지 사남매의 어머니가 아닌 한 여인으로서의 어머니의 삶이 매우 안쓰러웠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말 작품 속 아버지처럼 오로지 자식들 서울로 보내 대학까지 잘 뒷바라지하는 것이 먼저 가신 아버지에 대한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억척스럽게 희생만 하셨다.
그러다가 작년 세상을 뜨신 어머니가 새삼스레 생각나 목젖이 뜨겁다.
신경숙의 신간을 읽으며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구순에 아버지 곁으로 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여러 번 울컥 했다.
어쩌다 보니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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