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반 뼘

솔뫼들 2020. 8. 3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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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뼘

                              손세실리아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아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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