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 뼘
손세실리아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아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소를 웃긴 꽃 (0) | 2020.09.13 |
---|---|
오늘의 시 - 모르는 척 (0) | 2020.09.06 |
오늘의 시 - 산 (0) | 2020.08.23 |
오늘의 시 - 부패의 힘 (0) | 2020.08.09 |
오늘의 시 - 여름 (0) | 202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