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사계절의 꿈
최영미
어떤 꿈은 나이를 먹지 않고
봄이 오는 창가에 엉겨붙는다
땅 위에서든 바다에서든
그의 옆에서 달리고픈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꿈은 멍청해서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
어떤 꿈은 은밀해서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나른한 공기에 들떠 뛰쳐나온다
살- 아- 있- 다- 고,
어떤 꿈은 달콤해서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처럼
입에 대자마자 사르르 녹았지
어떤 꿈은 우리보다 빨리 늙어서,
가을바람이 불기도 전에
무엇을 포기했는지 나는 잊었다
어떤 꿈은 나약해서
담배연기처럼 타올랐다 금방 꺼졌지
겨울나무에 제 이름을 새기지도 못하고
이루지 못할 소원은 붙잡지도 않아
잠들기도 두렵고
깨어나기도 두렵지만,
계절이 바뀌면 아직도 가슴이 시려
봄날의 꿈을 가을에 고치지 못할지라도…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아름다운 녹 (0) | 2017.02.25 |
---|---|
오늘의 시 - 봄이 온들 뭘 할까만 (0) | 2017.02.19 |
오늘의 시 - 겨울풀 (0) | 2017.02.05 |
오늘의 시 - 책들의 귀 (0) | 2017.01.29 |
오늘의 시 - 갈울공원 (0) | 2017.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