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어젯밤의 과음으로 속이 불편합니다.
친구가 끓여준 누룽지로 속을 달래고 천천히 오늘 日課 준비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군요.
일단 짐을 챙겨 차에 실은 다음 바로 근처에 있는 이기붕 부통령 별장으로 향합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소박한 별장입니다만
주변에 이승만대통령 별장이나 김일성 별장으로 부르는 화진포의 성이 있는 걸 생각하면 그 당시 여기가 참으로 경치가 좋은 곳이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서울이나 평양에서 그나마 접근성이 좋지 않았을까요?
이승만대통령이나 이기붕부통령의 최후를 보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됩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요.
이제 화진포의 성으로 향합니다.
여러 번 와서 새삼스럽게 둘러볼 건 없지만 그래도 일행과 함께 발길을 옮깁니다.
아!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눈이 쌓인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화진포호의 모습이라니요.
화진포호에 눈 쌓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포근한 날씨 탓에 그건 진즉 포기했지요.
그런 저를 위로해 주려는지 멋진 설경을 뒤로 하고 빛나는 화진호가 펼쳐져 있군요.
바로 이런 모습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것이지요.
화진포의 성에서 나와 응봉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산길에는 햇살이 환합니다.
겨울답지 않은 따스한 햇살에 금세 등이 따뜻해져 오네요.
천천히 걷습니다.
폭신하게 느껴질 만큼 길도 좋습니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울울한 소나무숲을 걸으며 코를 킁킁거립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원하는 싱그러운 냄새가 아니라 비린내가 나는군요.
어시장이나 막 항구에 들어와 생선을 부려 놓은 곳의 냄새 같습니다.
화진포 북쪽의 대진항에서 오는 냄새일까요?
아니면 화진포 남쪽 거진항에서 오는 냄새일까요?
바람이 오는 방향을 가늠해 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걷다가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각자 편한 자세로 앉습니다.
날씨는 겨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이군요.
취향을 따라 커피나 스프, 또는 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아! 화진포호를 발 아래에 두고 부리는 이 여유라니요?
다시 일어나 걷습니다.
잘 단장된 길이라 걷기가 아주 편안합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지만 호흡이 가빠질 정도는 아니지요.
해파랑길을 걸을 때 여기에서 보랏빛 솔체꽃을 만났었지요.
주변에 보이는 海菊과 더불어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 주었던 느낌이 납니다.
鷹峰을 코 앞에 두고 오르막길이 얼음판으로 변했군요.
배낭의 아이젠을 꺼낼 것까지는 없지만 스틱에 의지해 조심조심 오릅니다.
겨울은 겨울인 것이지요.
드디어 해발 122m의 응봉에 도착했습니다.
낮다고 얕보지 마십시오.
바다도, 화진포호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단한(?) 곳입니다.
잠시 사방을 조망합니다.
역시나 오면서 본 그대로 화진포호에 빠진 눈 덮인 금강산- 설악산 북쪽인줄 알았는데 금강산이었습니다. - 이며 가운데가 잘록해 보이는 호수의 모양이며, 눈길을 끄는 화진포橋, 그리고 호수 위의 물새떼까지 어느 것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눈을 뗄 수가 없군요.
눈에도, 가슴에도, 카메라에도 담습니다.
응봉 정상에 만들어진 평상에 앉아 잠시 햇살을 즐깁니다.
그런데 우렁우렁 마이크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네요.
가만히 들어보니 이건 북한 사투리입니다.
친구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대남방송이라고 동시에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척이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대남방송이 들리는 걸 보니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오나 봅니다.
그러니 이곳 주민들은 노상 대남방송을 듣게 된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거기에 현혹될 사람은 없겠지만요.
새삼스럽게 최근 일어나고 있는 김정은의 핵위협과 경색된 남북관계가 떠오릅니다.
평화가 있어야 지금 이렇게 멋진 풍광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내려가야 합니다.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화진포생태박물관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길은 짧습니다.
그래도 솔향기를 맡으며 걷는 길은 아주 근사합니다.
산림욕장이라고 하더니만 중간에 생태습지도 만들어 놓았군요.
날씨가 푹한데도 산중이어서인지 살짝 얼었습니다.
아래쪽으로는 갈대가 무성합니다.
갈대만 보면 가을 같은 느낌이 나는군요.
다양한 볼거리에 눈이 바쁜 길입니다.
아기자기하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화진포생태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냥 갈까 하다가 화진포콘도 숙박객에게는 입장료를 면제시켜 준다는 바람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도 호수와 호소의 차이는 기억이 나는군요.
호소가 더 넓은 의미였네요.
전에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운석 특별전을 한다기에 발걸음을 한 전시장에서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특별전이라 해서 기대를 했더니만 운석 하나에 자석 하나를 붙여 놓은 것이었습니다.
운석에 금속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었지요.
점심을 먹을 시간이군요.
화진포콘도 식당을 찾았더니만 문을 닫았습니다.
근처에 다른 음식점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번에도 하사장님의 추천으로 대진항 금강산식당으로 향합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횟집이라고 합니다.
계획에 없이 배 두드리며 먹게 생겼군요.
평일임에도 단체손님들이 아주 많습니다.
싱싱한 회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젓가락을 기다립니다.
한 젓가락씩만 먹어도 정말 배가 부르겠군요.
이왕 먹는 것 즐겁게 많이 먹기로 했습니다.
미련하기는 하지만 점심에 많이 먹고 오후에 화진포둘레길을 씩씩하게 걸으면 되지 않을까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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