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대흥 슬로시티에서

솔뫼들 2017. 1. 9. 23:16
728x90

 K형!

 

 시설 좋고 깨끗한 봉수산 자연휴양림 따끈따끈한 방에서 잘 쉬고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대흥 슬로시티 걷는 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을 예정입니다.

'느린 꼬부랑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걷는 길을 안내지도에서 찾아 보니 대략 12~ 13km 정도 되는 모양이더군요.

 

 먼저 대흥 슬로시티 방문자센터를 찾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일부 구간이 폐쇄되었다는군요.

사유지인데 탐방객들과 갈등이 생겨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예정과 달리 1구간과 2구간만 걷기로 했습니다.

거리가 단축되었으니 더 여유가 있네요.

 

 대흥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바로 앞에서 걷는 길이 시작됩니다.

평범한 시골길을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지는군요.

곳곳에 슬로시티를 알리는 것들이 눈에 띄고요.

아기자기하게 예쁩니다.

 

 

 가다가 오른쪽으로 개천길을 따라 오릅니다.

가는 길에 보니 손바닥정원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말이 재미있지 않은가요?

작고, 소박하고, 느리고...

모두 슬로시티와 어울리는 말들입니다.

 

 안내가 자욱하게 끼었습니다.

겨울치고는 날씨가 푹한데다가 저수지를 끼고 있어 더욱 심하겠지요.

안개가 심해서 視界가 100m도 안 됩니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앞만 보고 걷습니다.

 

 

 길 옆으로 여기도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높은 건축물이 올라가고 있네요.

이런 건물이 우후죽순 올라간다면 여기도 증도처럼 슬로시티 보류가 날지도 모릅니다.

슬쩍 걱정이 되네요.

상업 목적으로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다시 왼편으로 꺾었습니다.

오르막길이 이어지네요.

어젯밤 늦게 저녁을 먹고 올라가는 바람에 제대로 볼수 없었던 봉수산 자연휴양림 입구입니다.

산이 봉황의 머리를 닮아서 봉수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지요.

경사가 심해서 헉헉 숨을 몰아 쉽니다.

 

 관리사무소 입구에서 잠깐 쉬었습니다.

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군요.

봉수산과 주변 산림욕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지도에서 봉수산 올라가는 코스를 확인해 봅니다.

 

 

  3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겠군요.

정상 부근에 백제 부흥군의 주요 거점이었던 임존성이 있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한눈에 예당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다지요.

오늘은 안개가 훼방을 놓으니 그만 포기하고 '느린 꼬부랑길'이나 꼬부랑꼬부랑 걸어야겠네요.

 

 느린 꼬부랑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런데 포장도로네요.

임도를 따라 만들어진 것 같은데 좀 실망스럽습니다.

너무 볼거리가 없다 싶은지 중간에 어린이들이 놀 만한 시설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쉬어갈 만한 벤치도 있고요.

여기에 잠깐 몸을 부립니다.

 

 

 다시 길로 나섰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장뇌삼을 심었는지 손대지 말라는 안내문이 간간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깊지 않은 산중에서도 가능한가 봅니다.

 

 

 안개는 잠시 옅어졌다 다시 짙어졌다 변덕을 부립니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은데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몸 상태가 안 좋군요.

그래서 준비해온 간식을 먹을 엄두도 안 납니다.

이래저래 타박타박 발걸음만 옮깁니다.

 

 

 가다가 갑자기 주변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왼편 산에서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떨어진 것 같은 풍경이 연출됩니다.

여태까지 보이던 것과는 생판 다른 모습이지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봅니다.

안내문도 없고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가다가 애기폭포 인근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지금은 갈수기인데다 눈 구경하기도 힘드니 폭포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거기다가 규모가 워낙 작아 폭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그래서 애기폭포라고 했겠지만 말입니다.

 

 이곳에서 느린 꼬부랑길 2구간으로 갈아탔습니다.

다행히 포장도로이던 길이 흙길로 바뀌었습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더니만 동네 사람들이 운동 삼아 나왔는지 맨손으로 뚜벅뚜벅 우리를 앞질러 갑니다.

 

 

 이 길은 내포 문화 숲길과 겹치는가 봅니다.

예산, 홍성, 당진, 서산에 걸쳐 만들어진 내포 문화 숲길은 백제 부흥군길, 원효 깨달음의 길, 내포 천주교 순례길, 내포 역사인물 동학길 등 4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중에 차근차근 밟아가도 좋을 것 같군요.

 

 잠시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만 다시 심술을 부리네요.

실루엣만 남은 나뭇가지가 안개 속에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별히 볼거리가 없으니 나무를 주로 보면서 걷습니다.

 

 

 민가가 보입니다.

아담한 시골집 마당에서 자유롭게 모이를 쪼고 있는 암탉을 바라보며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다가

문득 요즘 창궐하고 있는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근처에 황새공원도 있는데 AI 때문에 당분간 폐쇄를 한다는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AI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철새가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오는데도 거기에 대비하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 크지요.

死後藥方文격입니다.

 

 내려가는 길이라 속도가 빠릅니다.

대흥향교에 도착했습니다.

조선시대 향교는 동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기관이었지만 지금은 제사만 지내고 있답니다.

 

 

 대흥향교 앞에는 수령이 600년 되었다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은행나무는 느티나무와 공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속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뛰어난 나무라고 하지요.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요?

은행나무 원줄기 중앙에서 느티나무가 뿌리를 내리다니요?

連理枝니 連理根이니 하는 건 봤어도 이런 건 처음이네요.

사방으로 돌아가며 나무를 둘러 봅니다.

나무에 대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樹皮를 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갈등 없이 이 나무처럼 '어울렁더울렁' 어울려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길을 따라 걷습니다.

길 근처 농작물에 손을 대지 말라는 안내문이 보이네요.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손을 대는 사람 말입니다.

 

 이한직 가옥을 잠시 돌아봅니다.

지금은 그 형체가 많이 사라지고 변했지만 조선 말기 영의정 조두순이 살았던 집이었답니다.

사는 사람에게 민폐가 되지 않게 담장 너머로 살짝 보니 꽤 큰 기와집이 보이네요.

지금은 그저 평범한 시골집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대흥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시작점으로 돌아온 셈이지요.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솟대며 허수아비가 눈길을 끕니다.

오늘 발걸음은 이것으로 멈추기로 합니다.

이제 쉬고 싶습니다.

 

  차에서 간식과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공원 한 켠에 자리를 잡습니다.

약간 쌀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낮이니까요.

그리고는 의좋은형제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이성만과 이순의 우애를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지요.

아! 그 사람들이 실제로 이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었군요.

전시된 교과서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인환 문학관을 돌아보고  (0) 2017.01.19
예산읍내에서  (0) 2017.01.15
예당저수지에서  (0) 2017.01.08
수덕사에서  (0) 2017.01.08
예산 추사 생가에서  (0) 201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