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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걷다 (1)

by 솔뫼들 201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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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2일 아침

서둘러 아침을 해 먹고 댓바람부터 차에 올라 울진으로 향한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코스를 걷기 위해 모이는 두촌리까지는 1시간 가량 걸린다고 한다.

숲 해설 공부를 열심히 할 즈음 영덕에 내려왔다가 올라갈 때 불영사와 소광리 소나무숲을 들른 적이 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제대로 길을 정비해 놓지 않았을 때였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불조심 기간이라서 입구에서 자태를 뽐내는 금강송 몇 그루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금강송 보호구역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그 이후로 엄두를 내지 못 했다.

그런데 3년 전인가 울진에서 길을 정비해 놓고 숲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탐방을 허용한단다.

정해진 날짜에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시간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딱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생각보다 외진 곳에서 출발을 했다.

두촌리 출발점에는 보부상들의 모습이며 정겨운 농촌 마을 모습 등을 조성해 놓아 푸근한 느낌을 준다.

몸도 풀 겸 준비운동을 하고 심호흡을 한다.

상큼한 공기가 가슴 하나 가득 들어온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기대감이 묻어난다.

 

'울진 소나무숲길'은 일명 '울진 십이령길'이라고도 불린다.

12개의 고개가 있다는 말이다.

옛날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시절, 울진에서 봉화, 영주 안동 등지로 등에 짐을 지고 물건을 팔러 다니던 보부상들이 걷던 길이다.

생선이나 소금 등을 지고 가서 콩이나 담배 등 농산물과 바꿔 지고 왔겠지.

보부상들이 줄어들자 '선질꾼'들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선질꾼'이란 '바지게꾼'을 일컫는데 '서서 지게를 지고 쉴 때도 서서 쉬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숲해설가의 주의사항을 듣고 드디어 출발이다.

오늘 걸을 구간은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두촌리에서 소광리까지 13.5km이다.

거리는 멀지 않은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 생각을 했더니만 숲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기 때문이다.

개천을 건너자 바로 내성행상 불망비가 나온다.

내성행상불망비는 보부상들이 자신들의 접장이었던 사람들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지역 주민들 중에서 지원을 받아 교육을 받은 후 해설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시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열정이 넘치고 애향심도 뛰어나 듣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이 구간에서 해설을 하시는 분도 그렇다.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울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신다.

 

 

 제주도에 三多가 있는 것처럼 울진에도 三多가 있단다.

울진에 많은 세 가지는 바로 이곳에 있는 금강소나무와 송이버섯, 대게를 이른다.

 

 금강소나무는 예전에 춘양목이나 황장목 등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는데 몇 년 전 세계적인 학회에서

금강소나무로 통일을 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야 단단하고 중간 가지가 저절로 떨어져 훌륭한 재목감이라는 사실은

궁궐이나 사찰 등 문화재 보수에 사용될 적마다 보도가 되어 익히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 춘양면을 통해 실려갔다고 해서 춘양목, 속이 누렇다고 해서 黃腸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나무이다.

일제가 눈독을 들일 만큼 품질이 우수한 재목이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소나무숲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를 하고 있고.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 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무 숲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이 땅에서 나 죄 없이 죽은 사람들과
다치고 서러운 혼들 모두 들어오라고
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 부는 날
저렇게 안 우는 것처럼 울겠는가
사람들은 살다 모두 소나무 숲으로 갔으므로
새로 오는 아이들과 먼 조상들까지
거기서 다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밥 짓는 연기들은
거기 모였다가 서운하게 흩어지고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저물어 불 켜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데만 바라보겠는가

 

      이상국의 < 소나무 숲에는 > 전문

 

 

 송이버섯이 소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송이버섯은 30~60년 된 소나무 아래에서 주로 자라는데 금강소나무가 울창한 이곳이 바로 송이버섯이 자라기 좋은 곳이겠지.

해마다 가을이면 울진에서 송이버섯 축제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울진' 하면 오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청정지역이고 금강소나무와 송이가 자라기 좋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대게 하면 우리는 영덕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대게가 많은 잡히는 곳은 울진이란다.

죽변항이나 후포항에서 잡힌 대게가 외지인이 접근하기 좋은 영덕으로 모이는 바람에

영덕이 대게의 주산지인 것처럼 이름이 났다는 설명이다.

해파랑길을 걸을 때 해변에 만들어 놓은 대게 조각품을 여럿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울진에서 대게가 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너무 많아 식상할 정도였다.

 

 

 설명을 마치고 숲해설가를 따라 줄지어 걷는다.

초반부터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몸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헉헉거린다.

그래도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년의 아주머니들을 보며

자연이 주는 선물 아닐까 생각을 한다.

 

 앞서가던 어떤 사람은 두촌리 인근에서 민박을 했는데 하룻밤 자는데 10000원이고, 아침은 5000원으로 해결을 했단다.

그런데 가족들이 먹는 것과 똑같이 나온 아침 밥상이 참으로 정갈하고 맛있어서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했다.

울진군에서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걷는 사람에게 민박을 소개하고 식사까지 하도록 주선하고 있다.

오늘 점심도 지역 주민이 준비하도록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숲해설가까지 뽑아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적지만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정여행을 지향한다.

참으로 좋은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