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네 구석구석을 도는 버스를 타고 오래 걸려 지족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창선교를 건너면 바래길이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니 바다를 향한 아래쪽으로 바래길 안내판이 보인다.
오늘 걸을 길을 확인한 다음 바다를 보니 죽방렴을 설치해 놓은 것이 보인다.
죽방렴은 석방렴처럼 원시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어로 방법인데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목을 갯벌에 박아 그 사이에 대나무를 주렴처럼 엮어 만든 어업 도구이다.
물의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 형으로 벌려 고기를 잡는 죽방렴은 지족해협에서 멸치를 잡는데 사용된다.
멸치(蔑致)는 '물에서 나오면 바로 죽는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에서 멸치를 잡으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로 뜨거운 물에 데친다고.
죽방렴 멸치가 그물로 잡는 것보다 유명하고 비싼 이유는 비늘이 벗겨지지 않고 상처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는 사람이 드물기는 하지만 지족을 둘러보니 곳곳에 죽방렴 멸치를 알리는 간판들이 눈에 띈다.
오전 9시 10분, 도로를 따라 걷다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계속 도로를 따라 걷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참깨를 베어 담장에 기대어 놓고 말리는 집을 지난다.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도 지난다.
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피어난 길도 지난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大地)가 숨 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永生)한다.
구상의 < 한 알의 사과 속에는 > 전문
그렇게 걷다 보니 추섬에 닿았다.
추섬에는 공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바래길은 공원을 거쳐 걷도록 설계되어 있다.
앙상한 소나무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덩굴식물 등을 보며
공원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생각을 하며 걷는다.
평일이기는 하지만 그제부터 걷는 동안 '뚜벅이'를 한 명도 만나지 못 했다.
일이 바쁜 계절이어서인지 공원에도 운동 삼아 걷는 사람 하나 없다.
하기는 대부분 半農半漁일 것 같은데 폭염이 지났으니 어떤 일이든 본격적으로 할 계절이겠지.
공원을 내려와 둑방길을 걷다가 말을 기르는 곳을 지난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보니 바로 남해 승마장을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승마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를 잡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즐긴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스포츠를 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다.
투우도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승마와는 다른 차원이고.
가끔 텔레비전에서 승마를 하면서 말과의 교감을 통해 정신장애를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방영되고는 한다.
승마의 또다른 면을 보며 생명을 가진 것과의 교감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깨닫는다.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논밭으로 이어진 곳으로 접어들더니 이제 산길로 안내한다.
아미산 보현사로 가는 길이란다.
산 이름이 예쁘다고 하면서 걷다 보니 강풍에 떨어진 밤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촌사람 눈에는 어떤게 알밤이 들었는지 보이는 법이지.
밤송이를 능숙한 솜씨로 까서 알밤을 친구에게 하나 건넨다.
덜 익어서 도리어 향긋한 풋밤의 씹히는 느낌이 좋다.
영양덩어리 풋밤을 씹으며 다시 한번 가을을 실감한다.
길 꼭대기에 이르면 보현사려니 했더니만 절집은 내리막길에 다소곳이 있다.
길 옆 돌에 새겨진 글씨가 힘차서 절이 꽤 큰가 보다 했더니만...
절집이 작아 볼일도 보고, 물도 보충하려던 계획이 빗나갔다.
내처 걷는다.
내려가다 車道 못 미처 잠깐 물을 마시고 간식도 챙겨 먹는다.
가야 할 길이 머니 연료는 보충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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