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정도 기다리는데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가이드 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둘러 호텔로 들어가려는데 등산화 말려주는 서비스를 한단다.
와! 지금 상황에서 이것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젖은 등산화 때문에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뒤돌아보며 웃음을 짓는다.
감사하는 마음을 넘어 감동까지 밀려온다.
얼른 호텔로 들어가 젖은 옷을 벗고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다.
이것밖에 몸을 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종일 추위에 떨던 몸이 그제사 진정이 된다.
살 것 같다.
씻고 난 후 컵라면과 누룽지로 뒤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쉰다.
그런데 배낭 속까지 젖어서 한바탕 손이 가야 하겠군.
하기는 옷 속까지 젖었는데 배낭 안은 무사하겠나.
젖은 것들을 꺼내 늘어놓고 땀과 비에 젖은 옷가지들을 빨아 넌다.
언제 그랬냐 싶게 말간 하늘을 드러낸 바깥 풍경이 산뜻하다.
할 일을 대충 마치고 나니 시내가 어떤지 궁금해진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구경도 할 겸 밖으로 나간다.
호텔이 조용하다.
일행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쉬느라 자고 있을까?
아니면 모두 나갔을까?
밖으로 나가 두리번거리는데 벌써 시내 구경을 마쳤는지 일산 부부가 걸어오고 있다.
친절하게 이 길로 가야 볼거리가 많다고 일러 준다.
저녁을 먹었느냐 물으니 안 먹었단다.
오늘은 개별적으로 알아서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발길을 옮긴다.
깨끗하게 헹궈 놓은 것처럼 시내는 말끔하다.
설산을 배경으로 말간 햇살, 경쾌한 사람들, 그리고 정돈 잘 된 시내 풍경.
모든게 정말 완벽하게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데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게 있다.
고개를 돌리니 빨간 관광열차 트램이다.
한번 타 보면 재미있겠는걸.
그런데 늦게까지는 운행을 안 하는 모양이니 아쉽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설렁설렁 걷는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데 대부분 관광객 같아 보인다.
고문님께서는 지난 밤에 위스키를 다 비우시더니 다시 한 병 구입하신단다.
자타가 공인하는 애주가이시니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술을 산 후 거리 끝까지 갔다가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되돌아온다.
어디가 좋을까?
해는 아직 머리 위에 있는데 그래도 저녁이라고 기온이 떨어지는지 슬그머니 추워진다.
음식점 앞에 마련된 탁자에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데 몸이 거부를 하는군.
어쩔 수 없이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 한 곳을 찾아가 뷔페와 스파게티를 선택한다.
뷔페라고는 하지만 음식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네.
스위스 물가 비싼 거야 알아주지만 여기는 이태리인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낯익다.
어젯밤 라면을 나눠 먹은 벨기에 트레커 커플이다.
어제 처음 봤는데도 반갑다.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누고 웃는다.
어차피 TMB를 도는 사람들이니 이렇게 또 만나게 된다.
나는 추위에 지쳐 식욕까지 떨어졌는지 아니면 늦게 먹은 점심 때문이지 그다지 입맛이 없다.
멀거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때마침 지나가는 트램에 아는 얼굴이 보인다.
강박사 부녀다.
그들도 나를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어 보인다.
부지런도 하지.
언제 나가서 트램까지 타고 놀고 있대?
정말 노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父女다.
디저트로 이태리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를 먹고 싶었으나 자꾸 몸이 떨려서 그만 포기했다.
감기 걸리지 않고 트레킹을 마치려면 아무래도 얼른 들어가 이불 뒤집어쓰고 자는게 최선 아닐까 싶네.
내일 날씨가 어떨지도 예측할 수 없는데 컨디션이라도 좋아야겠지.
첫날 13km, 둘째날 15km 걸었는데 오늘은 14km 걸었단다.
오늘이야 비 때문에 쉬지도 못 하고 점심도 못 먹고 걸어서 오후 1시에 트레킹을 마쳤지만
하루에 걷는 거리가 대략 비슷한 것 같다.
내일 날씨가 부디 우리를 도와주기를 빌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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