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 오자 옻나무 십리 절반인 오리나무 열아홉 다음에 시무나무 방귀 뽕뽕 뀐다 뽕나무 아무리 낮에 봐도 밤나무 다섯 동강이 난 오동나무 덜덜 떠는 사시나무
바람 솔솔 불어 소나무 따금 따금 따금 가시나무 너하고 나하구 살구나무 거짓말 못해요 참나무 쪽쪽 입맞춘다 쪽나무 마당을 쓸어라 싸리나무 가다 자빠졌다 잣나무 앵 토라진 앵두나무 |
책 여기저기 나오는 나무타령의 일부이다. 듣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노래 가사에 우리 조상들의 해학이 가득 묻어난다. 저자는 강원도 원주 신림의 성황림마을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이가 들어 다시 고향을 찾아가 살면서 어렸을 적 보았던 나무들과 나무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풀어나간다. 산골이라 그런지 나무 종류가 생각보다 꽤 많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무 이름과는 다른 경우도 꽤 있다. 이런 나무는 산골에서 사는 사람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있는 낙엽송 군락들이 박정희 정권 시절에 심겨진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그 지역이 화전을 일구었던 곳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화전민들을 이전시키고 황폐화된 그 자리에 속성수인 낙엽송을 심었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봇대로 쓰였던 낙엽송의 운명도 함께 변하고 이제는 그저 보기에 시원한 나무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으니 이런 것도 桑田碧海라고 해야 하나?
나무를 이용해 지게를 만들고, 새총을 만들고, 겨울이 되면 썰매도 만들고, 당연히 집도 짓고, 연료로 쓰기 위해 나무를 베기도 하고... 참으로 쓸모가 많은 것이 나무였다. 지금은 그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할 뿐 시골에 사는 사람들조차 나무를 베어다 어떤 용도로 쓸 생각을 안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쉽지만 사람들의 손재주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학창시절 단단하기로 소문난 박달나무로 몽둥이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던 선생님이 계셨다. 그걸로 여학생들 종아리를 때리셨으니 지금 생각하면 무지막지한 일이었는데 그때는 항의하는 학부형도 거의 없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또 나물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우리가 잡초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나물로 유용하게 이용된다. 보릿고개에는 식량 대용으로 사용될 정도였으니 우리가 얼마나 자연에 신세를 지고 사는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또한 약국이나 병원을 찾기 어려운 산골에서 약초로 사용되는 것을 알아둔다면 생활에 얼마나 보탬이 되었을까? 지금은 몰라서 그냥 버리는 많은 것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만 알 것이다. 게다가 선조들의 지혜로 나물을 말려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먹는 전통은 우리 국민만 가진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그 전통은 참으로 지혜롭다 할 것이다.
책에는 그저 학문적 지식이 아닌 삶과 연결된 나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는 마을 뒤에 있던 우리 뒷산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며, 바구니 들고 버섯을 딴다고 하던 일이며,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솔방울을 주워 학교에 가지고 가던 일이며, 송충이를 잡기 위해 집게를 들었지만 징그러워 결국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남학생들에게 사정했던 일이며... 참 기억나는 일이 많다. 비슷한 시기에 농촌에서의 삶이 다 그랬겠지.
한참 전에 나왔던 책 '야생초 편지'에 쓰인 이야기들과 비교해 가며 자연스럽게 풀어나간 저자의 글은 그저 푸근하고 정겹다. 풀과 나무를 접하며 살면 사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오래 전에 산행을 목적으로 찾았던 원주 신림 마을을 떠올리며 책을 보는 동안 나도 그 마을에 함께 사는 느낌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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