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담
오도엽
담을 이루며 쌓여 있는돌들은 제 생김이 다르듯 사연도 가지가지다 땅을 파다가 불거진 놈도 있고 밭을 일구다 쇠스랑에 채여 끌려온 놈도 있다 골짝물에 닦여 매끈한 놈도 있는가 하면 정에 맞아 모나게 생긴 놈도 있다 살아 온 사연이 다르듯 제 멋대로 생긴 놈들이 모여 식구를 만들고 이웃이 되어 돌담을 이룬 거다
담을 이룬 돌들이 단단한 까닭은 담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안과 밖의 일들을 가슴에 꾹 묻어두고 있기 때문일 거다 때론 치렁치렁 휘감은 담쟁이의 붉디붉은 이야기 때론 줄줄이 널려 말려지고 있는 시래기의 푸르디푸르던 이야기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웃음과 울음을 제 몸에 옹골지게 움켜쥐고 마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돌담은 벽돌처럼 각을 세워 모퉁이를 꺾지 않았다 콘크리트처럼 바람 샐 틈도 없이 벽을 쌓지도 않았다 고샅을 거닐던 이웃들의 삶을 고스란히 품어 안으려고 한다 돌담의 그 넉넉한 마음이 스며들었기에 내 살림 네 살림 챙기기보다는 두레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남는 지혜를 얻게 된 거다
나는 아직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 잘난 것 하나 없는 돌들이 모여 돌담이 되고 자연스레 고샅을 만든 까닭을 사람이 모여 이웃이 되고 마을이 된 돌들의 가르침을 그저 지나치고 사는 거다
까막까치 울어쌌는 돌담에 기대어 살면서도